'술고래' 베트남의 금주 작심…주류업계 비상
정부, 심야판매·광고판촉 금지…블루오션 잃을까 노심초사
2018-05-31 10:48:01 2018-05-31 10:48:01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주류업계가 동남아 최대수출국 베트남에서 규제 변수를 맞으며 난관에 봉착했다. 베트남 정부가 야간 주류판매 및 광고판촉 금지 등 다양한 규제사항을 담은 법안 추진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베트남을 동남아 거점으로 삼아온 만큼 이같은 변수가 수출전선에 악재가 되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보건부는 야간에 알코올음료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건부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만 주류판매를 허용하는 안과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술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 국제터미널과 식품·오락·관광지구는 예외로 뒀다. 베트남 당국은 또 알코올 도수 15도를 초과하는 독주의 광고나 판촉행사를 금지하고 저도주에 대해서만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광고를 허용하는 것을 추진한다.
 
베트남 정부가 과도한 음주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국내 주류기업들의 현지 영업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베트남의 경우 술 소비가 관대한 음주 문화 탓에 국내 주류업체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져왔다. 무역협회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베트남은 한국 주류 수출국 7위 국가다. 올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50% 이상 증가했다. 한국 주류 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유일하다. 이 중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최대 맥주 소비국으로 지난해 한 해에만 40억ℓ의 맥주를 소비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385달러(약 254만원)에 불과하지만 1인당 술값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300달러(약 32만원)에 이른다. 동남아에서 한국 소주를 가장 많이 찾는 국가도 베트남이다. 전체 동남아 소주 수출량의 33%가 베트남에 집중될 정도다.
 
실제 국내 주류 기업들도 베트남 공략에 공을 들이며 성과를 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과 인연이 각별하다. 1968년 베트남전쟁 파견 군인을 위해 소주를 처음 수출한 이후 지금까지 수출 최전선으로 삼고 있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 한국식 포차 문화 전파를 위해 하노이시에 진로포차를 열기도 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베트남에서만 지난 5년간 연평균 27%가량 매출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약 300만병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수출도 탄력을 받았다. 토종위스키 골든블루는 지난해 베트남 현지 해외영업부를 신설하는 등 동남아 거점화를 노리고 있다.
 
뜻밖의 규제변수에 직면한 국내 주류 수출기업들은 10월로 예정된 법안통과 여부를 예의주시하며 마케팅 전략 수정 등을 고심 중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이 주류 소비와 관련된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여서 성장세에 발목을 잡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최악의 경우 마케팅과 판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현지 판매점을 중심으로 지역 밀착 마케팅 강화 등 대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운영중인 진로포차 1호점. 사진/하이트진로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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