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이없다. ‘라돈 침대 사태’ 말이다. 사건이 터진지 벌써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우리 부부가 쓰는 라돈 침대는 아직도 이 집안의 애물단지로 낙인찍힌 채, 처분 통지를 받지 못하고 거친 숨만 헐떡거리고 있다. 라돈은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로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매트릭스에 과다하게 검출되어 온 나라가 공포로 들 끊고 있는데, 현 상황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 너무 답답하다. 아니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언제까지 인내의 시기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에 암울함이 더해질 뿐이다.
“침대에 비닐을 씌워 보관하세요.”, “자주 방을 환기시켜 주세요.” 라며 국가 기관에서 나름대로 제시해준 해법도 난센스다. 그걸 대응 방법이라고 제시받고 나니 더 어이가 없다. 라돈 침대를 어디에다 보관하라는 말인가. 아시다시피 침대는 매트리스에 침대 틀이 짝을 이루고 있는 가구가 아닌가. 그 적지 않는 공간을 차지하는 덩치 큰 것을 도대체 어디에다 보관하라는 말인가. 이런저런 짐으로 집에는 더 이상 공간을 내기 어려운 집도 수두룩할 것이다. 솔직히 아파트 계단에 내 놓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누구나 기피하는 매트리스를 이웃에게 참아달라고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또한 침대가 놓인 방을 자주 환기시키라고 하는데, 요즘같이 미세먼지의 습격에 방치된 환경에서 문을 열고 환기를 하라니. 비가 올 때와 비가 그친 후나 공기가 맑지, 언제 공기가 맑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외출할 때는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상식이 된 세상 아닌가.
그러면, 어떤 이는 그 모든 걸 포기하고 침대를 내다버리면 될 것 아닌가 하는 해결책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라돈 침대는 함부로 아무데나 갖다 버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이미 매스컴을 통해 소비자의 신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절박하게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라돈 침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얼마나 수거되었는지 정확한 통계도 알 수 없다. 몇 만대가 보급되었고, 그 중 몇 대가 수거되었는지도 보도 매체에 따라 각각 다르다. 이에 다급해진 나도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에 직접 전회를 걸어 내 이름을 밝히고서 애원하듯이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제발 신속히 수거해갈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가장 먼저 신속하게 실행해야 할 것은 ‘수거’뿐이라고. 문제가 된 회사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표현하면, 국가에서 라돈 침대 사태에 대한 조치를 내렸지 않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실제로 조치를 내렸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라돈 침대를 문제가 된 회사에 한 달 내로 수거하라고 말이다. 또한 환경부는 방안의 라돈수치를 무료로 측정해 주겠다는 발표도 했다. 그런데도 그 보도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후, 언제쯤 내 침대를 수거해가겠다는 전화 통보는 그렇다 치고 문자조차도 받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침대를 직접 만들어 공급한 회사는 사과문인지 공고문인지 형식적인 글 하나 덜렁 내놓은 것 외에 소비자의 마음을 달래줄만한 그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라돈 침대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법을 통해 문제 해결을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돈 침대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분노하는 민원이나 관련 기사가 흘러넘치고 있다. 언젠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회사 대표가 직접 나와서 머리 숙여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 신속한 조치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왜 그런 성숙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국가가 나서라. 그것도 적극적으로 나서라. 이 사태를 직원 몇 십 명뿐인 회사에 맡겨두기에는 중대한 사건이다. 수수방관하는 듯한 소극적인 자세는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금까지의 발표나 대책은 국민들에게 혼선만 주었을 뿐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구체적인 일정과 세부 계획을 제시하라. 사후 처리도 제대로 알려라. 무엇보다 라돈 침대의 ‘수거’가 급선무임을 다시 한 번 호소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지책은 그 후에 발표해도 참아줄만하다. 일손이 부족하면 지방자치단체에 협력을 구하라. 즉시 행하라. 우리의 목숨은 더없이 소중하고 시간은 흘러가고만 있지 않은가.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