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주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침이 맞물리면서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고공행진은 '거품' 논란이 거세지면서 멈췄다. 오랜 시간 지적됐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 문제도 금융당국의 심판대에 오르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결정도 바이오주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반면 바이오주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다수의 바이오주가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되는 등 투자가치를 인정하는 신호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의약품 지수는 지난달 10일 1만5950.42로 연중 고점을 찍은 뒤 최근 한 달 정도 만에 17% 가량 하락했다. 코스닥 제약지수도 최근 한달새 16% 떨어졌다.
여느 때보다 강한 거품 논란 탓이다. "지나친 기대는 반드시 그 이상의 고통을 수반한다", "한국 바이오주가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수조원의 시가총액을 설명할 성공 사례가 없다". 바이오주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말들이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의 경우 위험 신호에 대해 침묵하거나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강한 어조다. 그만큼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반면 단기 과열 부담을 인정하더라도 장기 성장성을 고려하면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 대상으로써 매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바이오주가 다수 편입됐다. 바이오주에 대한 논란에 불구하고 성장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MSCI 지수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주요 투자 기준이 되고 지수에 편입되면 이를 추종하는 펀드에서 자금이 유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결론은 바이오주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다른 바이오주에 제기된 연구개발비의 자산 처리 비중 과다 문제는 공격적인 회계처리를 통한 기업 가치 부풀리기와 그에 따른 투자위험 확대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회계처리가 보수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17일 감리위원회와 다음 달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린다.
희망과 위기가 엇갈리는 현 상황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바이오주는 '꿈의 주식'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면서 다시 고공비행을 시작할 수도, '버블의 대명사'란 오명을 안고 추락할 수도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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