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첫 공판, 검찰 공소유지 '삐끗'…검경 갈등 영향?
첫 공판서 한달 연기신청·공소장변경 예고…"경찰에서 자료 다 안 넘어와"
2018-05-02 16:00:39 2018-05-02 16:13:41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드루킹 수사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계속되는 불협화음이 공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김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지만 검찰이 증거조사도 하지 못한 채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는 2일 네이버 기사 댓글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김씨는 같이 기소된 우모씨, 양모씨와 함께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나왔다.
 
이들은 지난 1월 16일 네이버에 게재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공감 추천수를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조작한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의 매크로 이용에 대한 추가 수사가와 김씨 공범에 대해 구속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공소장 변경 의사를 밝혔다. 또 “경찰이 대부분의 압수물을 아직 분석하고 있고 증거 분리가 불가능해 아직 검찰로 송치가 안됐다”며 “분석이 다 되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릴 것 같다. 송치 이후 증거품 정리하고 증거조사가 가능하다”며 한 달 이후로 공판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 초 수사에 착수했는데 아직까지 증거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는 문제 제기 이후 검찰 역시 추가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연달아 기각하는 등 검·경간의 불협화음이 심화되면서 결국 공판까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는 증거 분석도 없이 기소한 검찰에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신속한 증거조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재판부는 “정치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이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고 피고인은 재판을 신속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며 “증거목록 준비가 늦어지는 건 재판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다음 공판기일을 2주 후로 미뤘다.
 
김씨 변호인도 “기소하고 지금 와서 증거목록 제출하지 못한 부분에 의구심이 든다”며 “김씨가 댓글 공감수 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는 다 받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어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공소장 변경 취지에 대해서도 “본건에 대한 수사는 다 마쳤다. 다른 혐의로 추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을 위해 재판을 연기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검찰에 김씨의 매크로프로그램 이용 방법을 검사에 추가로 질문했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답하지 못했다. 아직 수사 중이어서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만이 “네이버 댓글 공감하는 것은 손으로 클릭하는 대신 매크로를 이용했던 것이다. 수기로 하는 것보다 매크로를 이용해 더 빨리 진행했다면 업무방해겠지만 그 정도로 네이버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공소장에 나오는 동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이버에 업무방해를 미쳤는지를 여부를 가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지난 1월 17일 오후 10시2분께부터 다음날 오전 2시45분께까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공감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 씨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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