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9개월 된 아기가 소아뇌전증이라 진단되어 진료상담을 하게 되었다. 아이는 검사상 이상발견이 안되지만 연축양상의 경련을 반복해 항경련제를 다량 복용 중이었다. 신생아에게는 한 가지 종류의 항경련제를 투약하는 것 자체도 신중해야 한다. 아동의 뇌는 매우 미성숙한 상태이며 폭발적인 뇌성장기에 있기에 부작용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페노바르비탈, 토파맥스, 케프라, 아이는 무려 3종류의 항경련제를 복용중이었다. 게다가 아이의 경련은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했다. 항경련제 부작용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아이의 부모는 경련이 약해진 사실 자체에 만족해하며, 한방치료를 병행해 경련을 완전히 조절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영유아 소아간질의 경우는 경련조절도 중요하지만 발달을 정상적으로 보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항경련제는 소아에게서 뇌기능저하를 부르기에 인지저하 기억력감퇴경향을 보이게 된다. 심한 경우 항경련제 복용자체로부터 소아자폐증이 유발되며 학습능력저하 경향을 보일 수 있다. 특히 2가지 이상의 항경련제를 복합 투약하는 경우 부작용은 더 커지기 때문에 되도록 한 종류만 사용하기를 권유한다. 그러나 3종류의 항경련제 노출된다면 아동의 뇌신경발달에는 심각한 저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더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페노바비탈이다. 페노바비탈은 신경독성이 있어 뇌신경조직의 손상을 만드는 것이 확인된 약물이다. 그러므로 소아뇌전증에서 되도록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되며 응급상황에만 한정해서 사용되는 약물이다. 신경독성이 있는 페노바비탈에 두가지 항경련제가 더해져 사용된다면 아동의 신경발달상의 저해는 너무 명확하다.
이런 점을 감안 한다면 아이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현실을 보호자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는 자신의 의학적인 판단에 기초해 최선의 선택으로 처방을 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아동의 경련을 약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판단했을 것이다.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의료행위가 가지는 의미와 더불어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시켰어야 한다. “경련은 약화되고 횟수도 줄었지만 항경련제의 용량이 너무 많아서 장기간 복용시에는 아동의 신경발달상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라고 정확한 고지를 해주었어야 한다. 그랬다면 부모 역시 상황을 이해한 주체가 된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권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된다. 어린 영유아에게 다량의 항경련제를 복합투약해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효과 사이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에게 장단점을 정확히 인지시키는 고지는 필수적이어야 한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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