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동네 어귀마다 하나씩 자리잡던 쌀가게도 사라진 지금,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쌀가게가 들어섰다. 가마솥에서 밥솥, 그리고 즉석밥으로 쌀의 패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동네정미소의 반격은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흥미롭다.
사회적기업을 추구하는 동네정미소는 지난 10일부터 성산로6길 21-9 녹색친구들성산 1층에 ‘동네정미소성산’을 운영하고 있다. 총 16평(53.13㎡) 규모의 동네정미소성산은 전시공간, 판매공간, 테이스팅공간, 도정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동네정미소성산의 가장 큰 특징은 원하는 쌀을 소량으로 알맞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품종도 모르고 유명 지역 쌀을 대량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정미소성산에서 도정해 450g 단위로 포장된 고시히카리, 추청, 고시히까리, 신동진, 하이야미 등 여덟가지 품종을 1팩당 2500~35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1팩은 4~5인분에 해당하는 양으로 백미나 현미 뿐만 아니라 원하는 분도수에 맞게 도정할 수 있으며, 가격도 시중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졸장벼·자치나·앉은뱅이 등 옛부터 우리 토양에서 자라던 토종벼를 동네정미소성산에서 만날 수 있다. 또 다양한 종류의 토종밀과 잡곡류, 미역·김 등 이들 쌀과 곁들어 먹을만한 반찬류도 판매해 가까이 사는 1~2인 가구라면 우리 농산물만으로 한상차림을 완성할 수 있다.
동네정미소에서 파는 농산물은 경기도 고양 이근이 농부·전북 김제 박흥식 농부·충남 부여 신지연 농부 등 전국 각지에서 동네정미소와 연계해 공급해 보다 신뢰하고 구매 가능하다.
동네정미소성산이 자리잡은 녹색친구들성산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1호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녀갈 정도로 주거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회주택 1층은 통상 입주자와 지역주민 필요에 따라 커피숍, 북까페, 헬스장, 어린이집 등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한다.
이에 동네정미소성산도 테이스팅공간을 활용해 매일 점심과 저녁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고기, 나물, 국 등 어느 식당 못지 않은 식단으로 구성된 식사는 이미 지역주민 송년회에 인기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녹색친구들성산 입주자들의 입주자 모임 공간으로도 활용되며, 입주자 연계 프로그램을 향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동네정미소성산의 인기는 심상찮다. 인근 식당에서 고정적으로 동네정미소성산과 거래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하루 20팩 내외 팔리는 쌀도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고 있다.
황의충 공동대표는 “동네정미소성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밥 해먹는 재미를 알았으면 한다”며 “향후 동네정미소성산이 자리잡으면 온라인이나 소포장 가공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의충 동네정미소 공동대표가 동네정미소성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