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지방선거 청년정책 공약, 청년에게 묻고 맡겨라”
청년들 모여 활동할 커뮤니티 공간 절실…철저한 ‘당사자주의 정책’ 필요
“문재인정부 ‘청년수당’정책 환영…청년에게 직접 줘야 취지에 맞아”
2017-12-19 06:00:00 2017-12-19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청년정책을 행정이 주도해서는 안됩니다. 당사자 참여를 기반으로 한 소위 ‘민관협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합니다.” 김희성 서울시 청년명예시장(29)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잠재적 후보자들을 향해 이렇게 강조했다. 당사자가 배제된, 기득 권력인 행정이 탁상공론으로 만든 정책으로는 청년들을 결코 살릴 수 없다는 경험에 근거한 말이다.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 공동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연간 수백차례 크고 작은 모임을 주재하면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그만큼 청년정책의 ‘당사자 주의’를 주장하는 김 명예시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수당 정책 수용을 환영하면서도, “청년 당사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정책 원리와 취지에 부합한다”고 조언했다. (편집자주)

김희성(29) 서울시 청년명예시장. 사진/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원론적 문제부터 짚어보자. 청년문제 중 가장 고질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구조적 불평등이다. 부의 대물림이나 기회의 불균형 같은 문제로 인해 기성세대와 달리 학교에서 직장으로 진입하고,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으로 가구를 꾸리기 시작하는 이행의 과정이 매우 어려워졌다. 청년 당사자들은 취업, 주거, 학업, 결혼, 진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매우 높은 진입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설사 어렵게 진입했다 하더라도 대단히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높은 실업률과 조기 퇴사율, 천문학적인 주거비로 인해 감소하는 실질소득, 열악한 주거환경 등이 실제 사회에 진입한 청년 당사자의 겪는 문제들이다.
 
취업이나 결혼·출산 등 기본적 권리마저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 기능 약화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정책적, 재정적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의 제한된 권한과 자원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역할을 분담해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본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명예시장 취임 전과 비교해 청년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떻게 변했나.
 
그 전보다 비교적 청년문제를 해결하려는 공감대가 많이 확산됐다고 느낀다. 청년정책의 규모도 더욱 확산됐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에서는 17개 의제별 모임을 통해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동료와 함께 해결해 가는 시민참여기구이자 민관협치의 사례로서 위상을 높여나갔다. 서울시 청년들의 이런 움직임들은 비수도권의 많은 지자체에도 영향을 줘 청년정책을 만들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최근 청년 건강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전주시의 경우 무료 청년건강검진 사업을 확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청년정책과 제도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도 나타난다. 지역적 상황과 조건을 고려되지 않고 외형만 복제되는 방식으로 확장되거나, 정책 수립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의 참여가 배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청년배당 같은 일부 정책을 두고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견해 차이를 보이는 걸지켜보며 아쉬웠다. 청년문제에 대한 공감대와는 별개로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인식에서는 여전히 괴리감이 존재한다.
 
지난 7월 서울시의회에 제안한 청년정책 중 핵심정책은 무엇인가.
 
청정넷 마음건강 분과에서 제안한 ‘청년 마음건강 회복 프로젝트’다. 개인적으로도 청년당사자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 나아가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 당사자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겪는 문제다. 당시 제안했던 마음건강 바우처 제도나, 청년 정신건강 인프라 강화 등이 당초 기대만큼 정책으로 반영되지는 않아서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더는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에서 기인한 문제로 바라보고 공공에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만 꾸준히 논의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은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들여다 보면서,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규모 있는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지켜주길 바라는 공약은 무엇인가.
 
2016년도 처음 실행되었던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의 경우, 올해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행하기로 했다. 청년수당 사업을 두고 법적분쟁까지 겪으며 사업 실행을 막아온 이전 정권에 비하면 크게 진전된 부분이다. 다만, 청년수당의 기본 원리나 정책적 취지를 놓고 본다면 취업성공패키지와 연계하는 게 아니라 청년들에게 직접적으로 지급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청년을 신뢰한다는 차원에서라도 행정적 통제나 간섭이 아닌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한다. 대통령께서도 서울시와도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신 만큼, 그런 면에서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다.
 
청년들은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우선 청년당사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청년공간’ 조성이다. 서울시의 경우는 청년허브를 시작으로 무중력지대 등 다양한 청년공간들이 조성 중이다. 당사자들의 수요 또한 매우 크다. 이런 공간들을 기반으로 청년당사자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실질적인 청년 거버넌스의 구축이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서울시의 청년정책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청년정책은 청년이 직접 만들도록 해야 한다’, ‘당사자의 필요를 기준으로 행정과 제도를 혁신한다’는 당사자주의 원칙을 강력하게 추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할이 컸다. 
 
정책들이 실제로 안착하고, 확장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회와의 긴밀한 협조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청년발전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청년관련 사업들에 대한 종합적인 심의와 조정을 위한 역할은 물론 2016년부터는 ‘서울청년의회’를 공동으로 개최해 청년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행정이 주도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소위 민관협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공약에 반영해줬으면 좋겠다.
 
지난 7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2017 서울청년의회에서 김희성 서울시 청년명예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청년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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