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분리PC 개발사 '컴트리'…"사회적 기여 역시 회사비전"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이숙영 컴트리 대표
PC업계 18년차 여성기업인…직원 60% 장애인 고용
유통으로 시작해 제조·기술개발까지…장애인과 함께 지속가능한 경영 일궈
2017-11-30 06:00:00 2017-11-30 06: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벤처기업, 여성기업, 사회적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이 같은 수식어를 모두 품은 중소기업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직원 24명 가운데 60% 가량이 장애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PC시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기업, PC제조업체 컴트리 이야기다. 현재 특허를 받은 망분리 듀얼PC를 비롯해 모니터, 데스크탑, 미니PC 등을 생산하고 있는 컴트리는 내년 2월이면 19주년을 맞는다. 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고자 경영 일선에서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해온 컴트리의 중심엔 이숙영 대표가 있다.
 
여장부 인상을 기대했지만 이숙영(사진) 대표는 외려 포용력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품고 있었다. "10여년간 주부로만 지내다가 외환위기 이후에 초기자본 200만원으로 생계를 위한 창업을 하게 됐다"는 이 대표는 심지어 컴퓨터 문외한이었다고 고백했다.
 
컴트리는 현재 유통을 넘어 제조, 기술개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 상태다. 처음에는 유통부터 시작했다. 거래처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되는 PC시장에서 유통으로써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PC 관련 제품들의 원가가 공개되다보니 중간 유통만으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도전은 계속됐다. 2010년 PC 제조를 시작했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이 대표의 꿈이 마침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컴트리의 경쟁력은 품질이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제조업에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세심함은 오히려 제품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컴트리는 정부기관 조달 시장에 참여하는 데도 성공했다. 끊임없는 도전에 대한 첫 결실이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PC시장에서 변화는 필수였다. 조달 시장에 진출한 이듬해인 2012년, 그는 제조업을 넘어 기술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투자액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기술개발에 대한 성과물은 나오지 않으면서 회사의 실적은 창업 당시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4년 망분리 듀얼 PC개발에 성공하며 컴트리란 브랜드를 업계에 널리 알렸다. 망분리 PC는 공공기관, 금융회사 등 외부 침입으로 고객 정보 같은 주요 자료가 유출될 위험이 있는 곳에서 내부망과 외부망을 나눠 사용토록 한 PC를 말한다.
 
기업으로서 영리를 추구하는 동시에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특히 장애인 직원이 생산직에만 종사하지 않는다는 점은 컴트리의 특징이다. 업무역량을 키워 사무직에까지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지난해 매출 60억원을 달성한 컴트리는 올해 1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PC제조업에서 여성기업인은 좀처럼 찾기 어려운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IMF 이후 남편이 실직했다. 생계를 위한 창업이었다. 재직 당시 남편이 전산 분야에 있었기 때문에 지인을 통해 PC 사업을 추천 받아 시작하게 됐다. 초기에는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해오다가 2000년 초반부터는 혼자 사업을 꾸리게 됐다. PC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게 물론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쉬지 않고 공부했다. 당시 2~3시간 자면서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인증 받는 것 역시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모든 과정을 직접했다. 그러면서 배운 것도 많다. 현재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인증, 가족친화인증,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 등을 가지고 있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어려움은 없는가
 
남성 대표가 대부분인 PC업계에서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업체간 협업을 이루는 일들도 있는데 남성 대표들은 한두번 식사 자리를 갖게 되면 형 동생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무리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또 여성기업인에 대한 편견도 분명 존재한다. 그럴때마다 주위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준 덕에 지금의 컴트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여성기업인의 장점을 살릴 것이다.  여성 대표가 가진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컴트리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품질이다.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 제조 거래처에 가서 하나하나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 것도 일이다. 처음에는 상대 공장에서 싫어하는 내색을 내비추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들 조차 컴트리의 품질을 인정했다. 조달시장에 뛰어든 배경도 품질 덕이다. 조달시장에 진출하기 원하는 업체는 무수히 많다. 그들 중에서 컴트리가 선택되기 위해서는 품질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조달시장에 진출하면서 컴트리의 존재를 알리게 됐다. 또 직접 사용해본 사람들에게 품질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도 듣고 있다. 컴트리하면 '품질이 끝내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애인은 고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장애인 대상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때문에 장애인들의 겪는 어려움도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일자리는 필수다. 그래서 장애인 고용을 시작했고 꾸준히 늘려왔다. 지금은 전체 24명 직원 가운데 60%가 장애인이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생산직 위주로 고용했다. 어느날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직원들이 일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가정이 없더라도 혼자 경제적으로 자립해야하는데 몇살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이가 들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로 영역을 넒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순환근무를 하도록해 여러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느 정도 일을 배우면 사무직, 개발직으로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장애인의 업무역량은 기대 이상이다. 집중도 잘하고 끈기도 있어 비장애인 만큼, 그 보다 더 잘하는 직원들도 많다. 결국 직원들의 노력이 회사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유통부터 시작해서 제조, 개발까지 한 것은 그 만큼 업계가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변화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필요로 하는 PC를 제조하고 만들 것이다. 또 이를 통해서 IT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 또한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1999년에 설립된 컴트리는 내년 2월 19주년을 맞는다. 사진=컴트리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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