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자폐·지적장애 등을 얘기하는 발달장애 중에서도 본인이나 타인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도전적행동을 보이는 최중증발달장애는 그동안 정부 정책에서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성인이 되면 시설에서도 거부당해 오로지 가정에서만 돌보다보니 부모에게 과잉의존하거나 사회성 결여, 생계 곤란 등으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기조 속에서 서울시는 올 7월부터 성인기 최중증발달장애인 33명에게 주 4회, 1일 6시간 복지관에서 낮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챌린지2’ 사업을 시행 중이다. 챌린지2가 진행된지 네 달여가 지난 현재, 현장에서 일어난 변화와 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해 <뉴스토마토>가 살펴봤다.(편집자주)
불과 네 달 남짓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챌린지2'’를 통해 최중증발달장애인과 지내고 있는 각 복지관에서는 실로 ‘작은 기적’이라 부를만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증중발달장애인의 증상인 도전적 행동은 개인마다 원인·증상·정도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대응이 쉽지 않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물건을 내던지거나 자신의 신체에 내리치기도 하며,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는 등 도전적 행동에 익숙하지 않은 비장애인이 접하기에 강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하기 때문에 일반 장애인시설이나 사회생활로부터 발달장애인들이 거부·거절당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시 등록 성인기 중증발달장애인 2만357명 가운데 장애인복지관,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직업재활시설, 자립생활센터 등 주요 이용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발달장애인이 3분의 1가량인 7623명이나 된다.
그래서 '챌린지2'의 기본 방향은 물론, 발달장애인의 부모와 각 복지관에서도 짧다면 짧을 수 있는 2년간의 사업기간을 통해 도전적 행동이 완전히 사라지는 정도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았다. 단지, '챌린지2'를 통해 각 발달장애인의 갖고 있는 능력과 도전적 행동 특성을 파악해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만들고 점진적으로 도전적 행동을 줄여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목표를 세웠을 뿐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아무리 높은 수준의 연구물을 내놓아도, 공무원들이 밀도 높은 계획을 세웠어도, 현장에서 나타난 성과는 연구와 계획을 뛰어 넘었다.
서울 노원구 성민복지관이 맡아 '챌린지2'를 진행하는 난나센터(소중한 나, 즐거운 나, 행복한 나)에서 일어난 변화는 보다 구체적이고 놀랍다.
난나센터에는 모두 5명의 최중증발달장애인이 있다. 이들은 지적장애나 자폐장애 각각 1급에 해당하며, 소리 지르기, 물건 던지기, 성적행동, 장소 이탈, 발로 차기, 음식물 섭취 조절 불가 등 다양한 도전적 행동을 지니고 있다.
챌린지 초기에는 이들이 학교생활 경험 자체가 아예 없거나 부모로부터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 하다보니 프로 중의 프로인 복지사들도 몸 곳곳에 상처를 입었으며, 1인당 2~3명을 감당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서울시에서 보조인력을 충원해 복지사와 보조인력을 포함해 1인당 1명 이상의 인력이 발달장애인을 돕고 있다.
난나센터는 다른 장애인시설이였으면 15명 정도는 이용할 11평 남짓한 공간에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와 심리적 안정을 위한 개별공간을 마련했다. 미술치료·언어치료·작업치료·음악치료·체육치료 등 전문인력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신발 정리부터 화장실 이용까지 일상생활훈련을 병행했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과 훈련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각 발달장애인은 본인의 의사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도전적 행동을 사용했고, 이는 일일행동분석 형태로 매일 꼼꼼히 기록됐다.
그 결과, A(28·여·자폐1급)씨는 8월 한 달간 81회나 머리카락을 잡거나 머리를 미는 도전적 행동을 보이다 9월에는 77회로 약간 감소하더니 지난달에는 8회에 그쳤다. 가방에 물건 넣기, 배꼽 만지기, 소리 지르기 등 A씨의 다른 도전적 행동도 8월에서 10월로 넘어가며 적어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B(37·지적1급)씨는 난나센터에서 가장 많은 나이임에도, 학교생활 경험이 없고 부모 역시 고령과 정보 부족의 한계로 인해 그동안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던 B씨 역시 난나센터에 온 후 8월에만 22회나 일으키던 도전적 행동이 10월에는 3회로 줄었으며, 바닥에 눕거나 신발·양말을 벗는 도전적 행동도 8월 16회에서 9·10월에는 6회로 안정되고 있는 상태다.
'챌린지2' 초기의 B씨는 단 5분도 의자에 못 앉아 있었으며, 신발끈을 못 묶고 대소변을 가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일상생활 능력은 물론이고 흥겨울 땐 트로트를 부를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졌다.
성민복지관 관계자는 “도전적 행동을 한다고 해서 손을 묶는 등의 방법 대신 당사자가 그렇게 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며 “무엇보다 각 장애인들이 심신 모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관찰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에서 챌린지2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과 복지사들이 스트레칭 체조를 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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