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해충방역업체 세스코가 올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야심차게 선보인 공기청정기 렌탈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국내 최초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을 걸러주는 제품을 준비했지만, 정작 제품 출시 반년이 넘도록 핵심 부품인 '라돈필터'를 개발하지 못해 반쪽짜리 제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영업직원들은 회사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기존 주력사업인 해충방역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스코가 올 3월 정식 출시 이후 9월까지 판매한 공기청정기 렌탈 계정 수가 3000 계정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본사가 각 지사에 보낸 공기청정기 판매 목표에 관한 문건에 따르면 지난 7월 733대 판매로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지만 9월에는 329대를 판매하며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세스코가 공기청정기를 출시하며 내세운 것이 바로 '라돈'이다. 라돈은 자연 방사능 물질로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세스코가 여전히 라돈을 거르는 필터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 부품 없이 제품 출시를 강행한 셈인데, 한 세스코 직원은 "라돈을 측정하는 장치만 달려있을 뿐 걸러주는 필터는 없다"며 "고객들이 필터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을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영업 활동을 하기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문제는 라돈필터뿐만이 아니다. 제품에 장착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 영업직원은 "센서에 계속 빨간불이 들어오며 공기청정기가 계속 가동되는 오작동 클레임이 빗발치고 있다"며 "우리가 다단계 사기꾼도 아니고, 미완성인 공기청정기 판매를 권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라니 현장 직원들의 몫이다. 이 직원은 "최근 렌탈 계약을 맺었다가 해약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해약을 처리한 직원이 인센티브를 모두 토해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주력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직원은 "기존 방제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공기청정기를 판매했다가, 고객이 제품 오작동으로 환불을 요구하면서 회사를 못 믿겠다며 방제서비스까지 함께 해약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례가 주변 동료들에게서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숙한 공기청정기 사업으로 인해 고객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회사도 이 같은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 본사에서 열린 직원 공청회에서 전찬혁 세스코 사장은 "공기청정기 문제가 많다. 나도 알고 있다.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스코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라돈 필터의 개발과 테스트를 현재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아직 개발단계이므로 구체적인 출시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내부적으로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신제품 개발을 진행해왔으나, 고객 니즈에 부합한 고품질 라돈 필터링 기술을 구현하는 개발과정이 길어져 출시 일정이 예정보다 지연됐다"고 말했다.
세스코 한 지사에 고객들이 환불한 공기청정기가 널려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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