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실적 호조에도 한숨만
상반기 글로벌 성적표 개선…문제는 '중국'
2017-08-06 17:27:17 2017-08-06 17:35:43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국내 배터리업계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유럽 및 북미 시장 호조에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의 영업환경이 좀처럼 나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 탓이다.
 
6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의 올 상반기 배터리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0%, 92.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총량이 17.7%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점유율 역시 LG화학이 12.3%, 삼성SDI가 6.4%를 기록, LG화학은 지난해 6위에서 2위로, 삼성SDI는 7위에서 5위로 껑충 뛰었다.
 
양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주요 해외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가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인 데다, 소형 및 에너지저장장치도 함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2분기 LG화학은 6분기 만에 전지부문 흑자를, 삼성SDI는 전분기 대비 전지부문 매출 20%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인 중국에선 답답함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정부가 또 다시 국내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들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사태도 장기화 국면에 진입했다. 이로써 올 들어 총 7번에 걸쳐 발표한 중국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한국산 배터리는 번번히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일본 업체들의 배터리가 지난 4차부터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삼원계 방식의 한국산 배터리 안정성 문제를 거론하던 중국 정부는 사드 문제가 양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자 보복성 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다. 자국 배터리산업의 보호에 방점을 뒀던 당국 입장도 한층 강화됐다. 국내 업계는 새정부 출범과 함께 사드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국방부가 4기의 발사대를 추가 배치키로 하면서 양국 간 갈등도 정점으로 치닫게 됐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높은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성장에도 불구, 최대 시장 중국 벽에 고심하고 있다. LG화학 중국 난징공장(왼쪽)과 삼성SDI 시안공장 전경. 사진/각 사
 
중국 내수를 공략했던 현지 생산거점의 전략도 크게 틀어지게 됐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 2015년 말 각각 중국 난징과 시안에 현지 수요 공략을 위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지만, 현재 규제에 가로막혀 제3국 수출용 또는 ESS용 물량으로 전환해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상반기 주춤했던 중국 업체들의 출하량이 하반기 회복세를 띌 것으로 보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 이어 하반기 역시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중국 공장은 사드 등 양국 현안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움직임에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구본준 LG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에서 "중국이 일본 것은 오케이 하면서 국산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제재를 명문화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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