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서열 1위 최순실과 서열 2위 정윤회의 딸 정유라는 2017년 6월 2일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20대(1996년 10월 30일생)가 되었다. 형편없는 실력으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고, 고3 학생 신분으로 혼전임신을 했음에도 명문대에 손쉽게 입학하는 기적을 행한 그녀의 능력은 대통령을 좌지우지하고, 천하의 삼성그룹을 쥐락펴락한 그녀의 어머니 최순실 덕분이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탄탄대로였던 정유라의 인생항로가 상당히 이상한 각도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2016년 7월28일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반대하던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시작된 학내 사태가, '말타고 입학한 공주'에 대한 학점 특혜 의혹으로 번지더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후 촛불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이끌었으며, 마침내 2017년 5월에는 9년 만에 정권이 바뀌는 나비효과를 낳게 되었다.
결국, 보수정당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활을 노리고 덴마크 구치소에서 기약없는 버티기를 하던 정유라는 이화여대 입시 부정과 관련해 피고인들이 최후 변론만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오해를 풀겠다.’며 한국으로의 송환을 전격 수용했고 마침내 지난 달 31일 새벽 대한항공 기내에서 검찰에 체포되어 영장이 청구되기에까지 이르렀다.
전격적인 입국 결정의 배경이 무엇인지, 천방지축 럭비공이라는 그녀의 입에서 결정적 한 방이 튀어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그녀는 현재까지도 입시 부정과 관련된 최소한의 기초 사실만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전부 ‘모르쇠’와 ‘엄마 탓’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그녀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여부이다.
검찰은 정유라가 삼성으로부터 승마지원을 받은 사실에 대해 뇌물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해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낮추기 보다는 분명하게 인정되는 업무방해(이대 부정입시)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청담고등학교에 승마협회 명의의 엉터리 공문을 제출하여 출석일수를 인정받은 행위) 및, 범죄수익 은닉 혐의(삼성의 승마 지원금 78억원 지원을 은폐하기 위해 이미 노출된 명마 ‘비타나 V’를 ‘블라디미르’로 바꿔치기 한 말 세탁 행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유라가 범죄 행위 당시 미성년자였고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죄의 유무’가 아니라, ‘수사를 위해 구속을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재판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결론은 달라진다.
또한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이나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 사건 관련자들이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는 점과, 정유라가 국내에 특별한 거처가 없어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 특검과 검찰의 수사요구에 협조하지 않고 이미 1년 가까이 외국에서 도피생활을 해왔다는 점, 국내 송환을 적극 거부하고 저항함으로써 도주우려가 인정되는 점, 범죄수익으로 추정되는 금원으로 1년 가까이 해외 생활 경비를 지출해 증거를 인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영장 발부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군다나 그녀가 2017년 1월1일 덴마크 경찰에 전격 체포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전에 행해졌던 짧은 인터뷰와 이번 국내 강제 송환시에 있었던 적극적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거의 같으며 입시비리를 제외한 내용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녀가 혐의사실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증거를 인멸했음을 시사하고 따라서 영장 발부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녀는 1월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독일의 본인 명의 집 구입 경위와 관련해 ‘평창 땅을 담보로 독일에 있는 하나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나중에 한국에서 대출금을 갚았다’고 답함으로써 ‘한국에 있는 돈을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빼돌렸을 때’ 적용되는 외국환 거래법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최순실이 내용을 가린 채 서명을 요구한 곳에만 기계적으로 서명하는 식으로 서류작업을 해왔기에 아무 것도 모른다던 그녀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렇게 정확하게 ‘외국환 거래법 위반’과 관련된 구성요건을 비켜가는 발언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영장이 발부되어 정유라가 구속된다면, 검찰의 의지와 능력 여하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싸고 뿔뿔이 흩어진 퍼즐조각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더욱이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하게 된 경위와 이 과정에 박 전대통령과 어떤 식으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범죄의 시작과 끝을 정유라가 쥐고 있는 셈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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