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롯데와
신세계(004170)가 그룹 본사 및 핵심사업부를 나란히 서울 강남으로 이전하며 본격적인 '강남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양사가 모두 강남에 면세점을 유치한 데 이어 유통 중심지로 여겨지던 서울 '명동시대'를 접고 '강남'을 새로운 근거지로 삼고 있는 것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다음달 3일 공식 개장하는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본사와 롯데면세점, 롯데호텔은 서울 소공동에 남지만 지난달 조직개편으로 새로 꾸려진 경영혁신실(과거 정책본부)과
롯데케미칼(011170) 등이 이전한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혁신실의 이전이 이뤄지는만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집무실도 롯데월드타워로 옮겨질 예정이다. 사실상 그룹의 중심 추가 소공동에서 잠실로 움직이는 셈이다.
당초 롯데는 창립기념일인 다음달 3일까지 이전을 마무리지을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검찰 수사 등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6월까지 이전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오너가 재판과 검찰 수사 등의 일정이 남은 신 회장의 집무실 이전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혁신실과 함께 신 회장의 집무실도 잠실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룹 관련 현안이 정리된 뒤 모든 입주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롯데는 TV를 통한 그룹광고를 선보이며 '강남시대'의 새출발을 알리고 있다. 창립 50주년 기념일을 맞춰 공식 개장하는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알리는 광고 영상은 월드타워 건립과정과 전경을 보여주며 '4월3일 새로운 롯데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롯데그룹 광고가 TV로 전파를 타는 것은 1993년 이후 24년만이다.
롯데그룹의 강남시대의 기반이 될 월드타워는 123층, 555m로 현재 국내 최고층 건물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국내에도 파리 에펠탑과 같은 랜드마크가 있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로, 1987년 사업지 선정 이후 30년만인 올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신세계그룹도 올해 하반기 백화점 본사를 서울 강남구 반포동 센트럴시티로 옮기며 강남을 새로운 핵심 무대로 삶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930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서울 명동 본점을 1991년부터 본사로 사용해 왔다. 27년 만의 명동 시절을 접고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그만큼 강남 상권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본사가 들어서는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경우 신세계가 운영권을 쥐고 있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 호텔, 올해 말 신세계면세점까지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신세계 계열사가 모여 있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게 됐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지난해 8월 22개월에 걸친 증축과 리뉴얼 공사를 마치며 3년 안에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말 면세점까지 들어서게 되면 롯데를 비롯한 경쟁사들과 '강남혈투'를 벌일 전망이다.
신세계 백화점의 강남 이전은 2015년 말부터 백화점 사업을 맡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독자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정 사장의 집무실도 백화점 본사 이전과 함께 강남으로 이전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총괄하는 이마트 계열사는 지난해 서울 명동에서 이마트 본사가 있는 성수동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정 사장도 경영 성과 극대화를 위해 강남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들이 강남에 대거 포진하게 된 만큼 '유통 공룡'들의 기반도 핵심 상권으로 부상하는 강남으로 집결하는 분위기이다"며 "롯데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한 새출발을, 신세계는 남매간 독자경영 강화라는 포석이 작용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왼쪽)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사진/각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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