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넘지 못할 산'으로 비쳤던 청와대 압수수색 시행 여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인'이 없어진 만큼 상황이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지만, 당사자인 청와대가 거부 의사를 고수한다면 현재로써는 뾰족히 방법이 없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주말에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조사 자료를 검토하며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나섰다. 이번 주 내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수본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전격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면서 강제 수사가 가능해진 특수본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특수본 관계자는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해 "수사 절차는 아직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낀 바 있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수본 1기와 특검 모두 청와대 압수수색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특수본 1기는 지난해 10월29일 이틀에 거쳐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과 공무상 비밀을 지켜야 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명의의 불승인사유서를 제출하며 거부했다. 특수본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 일부를 넘겨받는 데 그쳤다.
특수본으로부터 배턴을 넘겨받은 특검도 신중한 법리 검토를 거쳐 지난달 3일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청와대가 방패막이로 든 형사소송법에 가로막혔다. 특검은 유권해석을 통해 경호실장과 비서실장 상급자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을 허용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황 대행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특검은 법리 검토를 거쳐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까지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압수수색할 방법이 원천 봉쇄되면서 특검은 이후 무산을 인정했다.
당시 권한은 없어도 자리는 지키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이 이제는 완전히 물러난 상황이기에 청와대에서도 압수수색을 거부할 명분이 줄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입지에 변화가 없는 황 대행이 여전히 '키'를 쥐고 있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검 한 관계자도 "특수본 2기가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해도 청와대는 기존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어 거부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났다고 하나, 청와대 압수수색은 박 전 대통령 조사 외 다른 사안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거부한다면 현재 방법이 없다. 황 대행에게 입장을 물어도 역시 기존 태도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1일 청와대 본관 앞에 검은색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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