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조원태 신임
대한항공(003490) 사장이 연일 소통을 강조하며 현장을 찾고 있는 가운데, 조종사 노조와의 해묵은 갈등은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24일 자정부터 30일까지 7일간 2차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해 12월22일 실시한 1차 파업 이후 3개월 만이다. 사측과의 교섭 재개를 위해 11년 만의 1차 파업을 중단했지만 노사 간 진전은 없었다. 지난 10일까지 총 17차례에 걸친 임금협상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간극은 좁혀지지 못했다. 사측은 2015년 1.9%, 2016년 2.3% 등 총 4.2%의 인상안과 보안수당 상향 조정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 요구 인상률인 29%에 턱없이 못 미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조 사장은 올 초 취임 직후부터 현장을 돌며 소통 경영에 공을 들여왔다. 취임 한 달 새 소속 프로배구단 대한항공 점보스 경기 직관을 비롯해 인천공항 승무원 브리핑실, 본사 종합통제센터 및 정비 격납고를 잇달아 찾았다. 지난 10일에는 사내 기술대학인 정석대학의 학위 수여식에도 참석해 졸업 직원들에게 학위를 수여하고 격려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조종사 노조를 비롯해 3개 노동조합의 사무실 방문을 전격 결정하며 노사 갈등 해소에 대한 안팎의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3월 부친인 조양호 한진 회장의 조종사 폄훼 발언("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 이후 연말 조종사 노조가 조 회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하는 등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화해'로의 국면 전환 가능성도 점쳐졌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오는 24일 2차 파업을 예고하며 취임 이후 '소통 경영'을 행보 강조해 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리더십에 흠집이 생길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2월 22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원들이 1차 파업 출정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 사장은 지난달 27일 보잉 787-9 차세대 항공기 도입 기념 행사에서 "조종사 노조와의 첫 만남 이후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지만, 끝내 파업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조 사장의 경영 행보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조 사장 취임으로 노사 간 신뢰 구축 등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다"며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을 계기로 총수 일가의 부도덕한 행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조 회장의 조종사 폄훼 발언까지 더해지며 노사 간 신뢰는 단절됐다. 이를 풀어야 할 조원태호가 이륙 직전부터 부침에 처했다는 평가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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