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박주용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27일 나란히 호남을 방문하며 야권의 심장부 공략에 나섰다.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춤한 사이 지지율에 반등에 성공한 두 사람은 호남을 공략해 지지세 확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의 이번 호남 방문은 올해 들어 6번째 방문이다. 2박3일 일정으로 민심탐방에 나선 것은 지난 1월13일~15일 이후 두 번째다. 이 시장은 이날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은 청산해야 할 부패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온몸으로 맞서고 공정한 개척의 시대를 열겠다. 야권 연합정권을 만들고 호남을 정권의 주인으로 모시겠다”며 “호남이 선택하면 이재명은 승리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호남 민심투어를 통해 막판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날 광주지역 중소상공인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상공인들의 애환을 들었다. 28일에는 이낙연 전남지사와의 면담, 전남지역 기자간담회, 여수수산시장 화재현장 방문 등이 계획돼 있고 다음달 1일에는 무등산 문빈정사 노무현길을 탐방할 예정이다.
이번 광주·전남 방문 일정은 이 시장의 대권을 향한 절박함이 묻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이 민주당의 첫 번째 순회 경선지역이자 경선의 향배를 가를 지역인 만큼 그 반등의 출발점을 호남에서 찾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호남 방문을 지지율 반전을 위한 최후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최근 지지율 10%를 회복한 점은 고무적이다.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20~24일간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은 2% 포인트 상승한 10.1%로,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성남시장이 27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전남 무안군과 나주시를 방문하며 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2주 만의 호남 방문이다. 손학규·천정배 전 대표 등 당내 대선주자들과의 경쟁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안철수 캠프 핵심 관계자는 27일 “당내 경선 대비를 위한 비공개 일정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그동안 정치 현안에 대해 ‘우클릭’ 행보를 이어갔다. 탄핵 정국에서 갈길 잃은 중도·보수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 차원에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반대 주장을 접었고,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개성공단 재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히거나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불참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기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중도·보수층 표심 끌어안기에 나설 경우, 손학규 전 대표와의 당내 경쟁을 앞두고, 호남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혁적인 호남 민심과 중도·보수층 표심을 동시에 공략해야 하는 안 전 대표에게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에 쉽지 않은 딜레마다.
최근 안 전 대표는 향후 대선에서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호남 민심 이반을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호남 표심이 보수정당과의 연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등 야권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7일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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