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재계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유착이 다시 도마에 올랐고, 주요 그룹들은 검찰과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의 칼날로 위기감이 커졌다. 인사와 새해 경영계획 수립 등 연말 일정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SK는 인사 태풍에 휩싸였고 삼성은 컨트롤타워 해체에 직면했다. 대내외 장기 불황 속에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야기될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 보복 등도 위협 요인이다. 최대한 조용히 연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빠르면, 삼성과 LG는 오는 26일부터 임직원들의 연말 휴가가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23일로 종무식을 앞당겼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부 생산 공장에 필수인력만 남기고, 임직원들이 남은 연차를 소진해 연말 장기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LG는 23일 그룹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종무식을 진행한다.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도 참석해 격려에 나선다. LG 관계자는 "한 해를 잘 마무리 짓는 의미에서 덕담들이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의 사정권에서도 벗어나 있는 등 재벌 그룹들 중 유독 총수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 어깨는 한결 가볍다.
같은 날 삼성은 특별한 종무식 없이 부서별로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해체를 앞두고 분위기가 무겁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이 끝나면 쇄신 차원에서 미래전략실 해체를 구체화해서 안을 내놓지 않겠느냐"며 "종무식은커녕 모두들 숨죽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했다.
SK는 오는 30일 관계사 임원급들이 별도로 모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21일 고강도 인적쇄신이 단행된 이후 첫 대규모 만남이다. 새로운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사하고, 내년을 준비한다. 다만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종무식은 없다. 한화와 현대차 역시 그룹 차원의 종무식은 생략하고 계열사별, 부문별로 조촐히 종무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포스코와 CJ는 사내방송을 통해 회장이 마무리 발언과 향후 사업 방향을 제시한다. 방송 후에는 부서별로 의견을 정리하고 한 해를 마무리한다. 현대중공업은 30일 오후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임직원 전체가 모인 가운데 권오갑 부회장이 나서서 송년사를 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종무식보다 시무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올해는 특히 경영 환경이라든지, 정치적 이슈라든지, 여러 측면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아 조용히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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