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SK텔레콤(017670)과 SK주식회사 C&C가 수장을 맞바꿨다. 21일 SK그룹의 2017년 사장단 인사를 통해 박정호 SK㈜ C&C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맞은 SK텔레콤은 인적분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 전망이다. 기존 SK㈜와 SK㈜ C&C의 1사2체제에서 단일 체제로 전환된 SK㈜는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이끈다.
박 사장은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M&A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SK㈜의 부사장 재직 시절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를 인수하는데 기여했으며 올해 중국 홍하이 그룹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스마트팩토리와 물류 BPO(업무처리 아웃소싱)라는 새 먹거리 창출에 앞장섰다. 지난해 8월 SK㈜와 당시 SK C&C의 합병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M&A 전문가를 수장으로 맞은 SK텔레콤은 인적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을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투자 부문과 SK㈜를 합병해
SK하이닉스(000660)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중간지주사 설립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활용 방안을 높이자는 취지다. 또 SK텔레콤이 인적분할과 지주사 설립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수익 상승에도 한몫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SK㈜가 SK텔레콤의 지분 25.2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자회사를 갖기 위해 그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때문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추가 M&A에 나서는데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된 투자 부문이 SK㈜와 합병한다면 SK하이닉스는 SK㈜의 직접 자회사로 편입돼 유망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또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두면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최 회장은 SK㈜의 지분 2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7.46%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가능성이 힘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분할회사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가 되는 회사는 기존 자사주에 대해 자회사 신주를 배정받아 의결권이 생긴다. 인적분할과 이후 합병 과정에서 SK㈜와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해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12.55%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인세법 개정안' 등 인적분할시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막는 내용의 규제 법안이 세 건이 발의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당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자사주를 통해 손쉽게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SK텔레콤은 이날 데이터 상품·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 사이언스 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내년 조직개편안도 내놨다. 박 사장은 전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제해 전 사업을 직접 관할한다. 실적이 정체기에 빠진 SK텔레콤의 새 먹거리 창출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국내 ICT 기업의 대표기업으로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맞이한 SK㈜는 기존의 1사2체제에서 단일체제로 전환한다. ICT 사업을 맡던 SK㈜ C&C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C&C사업’이 된다. 장 사장은 1991년 유공에 입사한 뒤 2000년부터 SK텔레콤에 합류해 재무와 전략, 마케팅 부문에서 주요 요직을 거쳤다. C&C사업은 ICT 기술·사업 전문 그룹인 ‘DT총괄’ 조직을 신설했다. DT총괄은 기존의 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의 연구개발을 주로 담당하며 본부 단위의 랩(연구실)도 신설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