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국민연금이 외압에 떠밀려 국민의 노후 자금을 훼손하면서까지 특정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혹과 관련해 최광 전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28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SK·SK C&C 합병 과정에 합병비율 논란이 동일하게 있었음에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서는 내부투자위원회에서 찬성으로 결정한 반면, SK 합병은 외부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부의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SK 합병과 관련해 ‘국내주식운용 의결권 행사안’을 보면 당시 의결안건을 제출한 책임투자팀은 “SK 주식회사와 SK C&C 간의 합병비율에 관하여는 적법절차를 거쳤으나 최대주주가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이 정해졌다는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해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부의하고자 함’이라고 안건을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의결권전문위원회에서는 ‘SK 합병 반대’로 결정이 이뤄졌다.
삼성 합병 당시에도 SK 합병과 동일하게 합병비율에 논란이 있었지만 책임투자팀의 판단은 달랐다. 책임투자팀은 삼성 합병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투자위원회에 보고된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합병비율에 대한 적정성에 대해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있다고 보고했을 뿐만 아니라 의결권행사전문기관과 딜로이트, KPMG 등 회계법인에서 다양한 합병비율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삼성물산 합병비율의 논란이 있음을 책임투자팀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완선 전 국민연금 본부장의 2013년 임용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입수한 2013년 말 본부장 공모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정을 위한 자문위원회의 ‘지원자별 경력점수 산정표’에 의하면 홍 전 본부장은 경력점수에서 60점 만점에 43.43점을 받아 지원자 22명 중 8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원자 제출서류 검토 의견서’에 의하면 홍 전 본부장은 ‘상’ 평가 8명에 포함되지 않고, ‘중’을 받았지만 9명의 면접심사대상로 선정됐다. 기금이사 추천위원회의 ‘면접심사 평가 집계표’에 의하면 홍 전 본부장은 서류면접을 통과한 9명 중에서 평균 87.00점을 받아 2위를 했고,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2등인 홍 전 본부장을 최종 낙점했다.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 외압이 행사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문 이사장은 작년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당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해 연말 이사장에 임명됐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문 이사장에 대해 “삼성 기업합병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압력을 가해 성공한 데 대한 청와대의 보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통상 공공기관장 인사는 공고기간만 15~20일이 걸리고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는 약 20일 이상 걸리는 것이 관례인데 이를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처리했고, 이사장 공고에 응모자가 3명에 불과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서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최광 전 이사장과 홍완선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오는 29일 전체회의에서 이를 정식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석하는 내달 6일 청문회에 홍 전 본부장을 출석시켜 삼성이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과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하는 대가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여부를 따지겠다는 계획이다.
문형표 이사장의 경우에는 현직에 있기 때문에 오는 30일 기관보고에 출석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어 추가 증인 요청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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