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문제를 놓고 기업과 정치권력 간 정경유착이 사건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야당을 중심으로 지속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광장에 나온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 한 명 물러가라는 것이 아니다”며 “특권과 반칙으로 일관된, 정의롭지 못한 대한민국을 바꾸자는 외침”이라고 설명했다. 우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이어오던 회의실 내 ‘오직민생 - 더불어민주당’ 배경 현수막(백보드)을 이날 ‘세상을 바꾸자 - 재벌개혁·서민경제·민주회복’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이날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체도 없는 급조된 (미르·K스포츠) 재단이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을 거둬들였다”며 “기업이 정해진 계좌로 거액을 보내면 대통령은 기업이나 재계에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정부·여당은 신속하게 법안으로 제출하는 구조였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특히 삼성을 지목하며 “대통령이 아끼는 정유라를 정확히 집어내 35억원을 지원했으며 두 재단에 출연한 금액도 단연 1위”라며 “이후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도움으로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켰고 이재용 후계체제를 강화해냈다”고 설명했다.
삼성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이 최순실씨에게 돈을 갈취당한 피해자였는지, 공생관계였는지에 여부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삼성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이 부탁한 이상의 별도 금품을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가족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편의를 제공한 적극적 협조 혐의가 있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20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최씨 등 피의자들에게 뇌물죄 혐의를 일단 제외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검찰은 삼성은 물론 SK·롯데 등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과 삼성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도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여론이 높고 야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으로 검찰의 기소독점권 완화문제를 들고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어설프게 했다가는 더 큰 역풍에 부딪칠 우려가 크다.
한편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각 대기업과 최씨와의 유착관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국조위원들 사이에서도 삼성이 최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준데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이 증인에 대거 포함되면서 해당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전경련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사건의 공동 정범은 박근혜(대통령)와 전경련”이라며 “전경련을 해체하지 않고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부정부패가 사라졌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달 24일 ‘전경련의 자발적 해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국조특위에는 전경련의 허창수 회장, 이승철 부회장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재벌개혁 관련 법안들의 처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 등의 처리를 벼르고 있다.
심상정 상임대표(앞줄 왼쪽 세번째)를 비롯한 정의당 지도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제공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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