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문제를 놓고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비판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는 한발짝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안 지사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정책간담회 참석 전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나 “여·야 할거 없이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그런만큼 의회 지도자들은 갑론을박을 자제해주기를 바란다”며 “대통령 리더십의 공백상태, 국정 지도력 부재상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논의의 중요한 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의회에서 논의해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느끼는 국정운영이 되도록 지도자들이 이끌어갈 것”이라는 정도의 입장표명에 그쳤다. 간담회 중에는 "각 시·군·구나 시·도별로 보조엔진들이 잘 작동하고 있으니 청와대 주 엔진이 잠깐 꺼져도 대한민국에 큰 탈이 없겠다. 확실한 믿음을 지방정부 활동을 통해 보여주자"며 사태를 진정시키는 발언도 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가 야당과 상의 없이 김병준 총리후보자 등을 임명한 소식이 알려진 후에도 “대단히 실망스럽다. 대통령은 야당과 의회 지도자들과 정국수습 방안을 협의하고, 특히 야당 지도자들에게 향후 정국운영을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정도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공개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거론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안 지사측 관계자는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며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쏟아내 정국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서”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지난 2013년 쓴 책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안희정의 진심’을 통해 “분노와 미움에서 출발하면 그 안에 사람이 갇혀버린다. 나는 내 안의 분노를 이제 내려놓으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야 비로소 ‘더좋은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된다는 신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그의 행보는 이같은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 인사들 사이에서 2017년 대권 도전선언이 이어지던 와중인 지난 8월3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동교동과 친노도, 친문과 비문도, 고향과 지역도 뛰어넘을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여년의 시간도 뛰어넘어 극복할 것이다. 그 시간의 모든 미움과 원한을 뛰어넘을 것이다. 사랑은 사랑이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의 출마선언문을 놓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뜬구름 잡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지난달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지지자들이 현 정부에) 많은 분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를 지내면서 기도했다. 나는 반드시 다르게 극복할 것”이라고 답했다.
20세기 정치가 승자독식·적자생존의 논리에 기반했다면 21세기에는 협력과 공존의 질서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20세기와 결별하자. 세대교체가 아닌 시대교체여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다.
그는 대권레이스가 본격화될 경우 문재인 전 대표를 어떻게 이길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나답게 피어날 것이다. 문재인과 상관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KDLC집행위원회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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