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 인천에서 일반슈퍼를 운영했던 A씨(45세)는 한 편의점 본사가 제시한 예상매출액 정보를 믿고 점포전환을 한 후 하루 16시간씩 주말도 없이 아내와 맞교대로 일했다. 그러나 손에 쥔 돈은 겨우 예상치의 절반인 월 200만원, 인당 100만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요구까지 겹치며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더욱 적어지자 A씨는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전국의 편의점 수가 3만개를 돌파한 가운데 발생하는 이익이 본사에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불법·불공정 문제가 지속될 경우 점주들이 대응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개 편의점 브랜드(GS25·CU·세븐일레븐·미니스톱·위드미·바이더웨이·365PLUS) 소속 가맹점 수는 2만9612개에 이르렀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수(5107만명, 외국인 포함)와 비교하면 1724명 당 편의점 1개가 운영 중인 것이다. 이들 업체들의 지난해 신규출점 수(5508개)를 감안하면 전국의 편의점 수는 올해 3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각 가맹점주가 얻는 이익이 본사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편의점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매출액 추이 비교’ 자료에 따르면 GS25와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4개 편의점 본사가 기록한 매출액은 2010년 6조7621억원에서 지난해 14조595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조803억원에서 4조4926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이익과 영업이익이 연평균 16.6%씩 급성장한 것이다.
반면 가맹점주들의 평균 매출액은 2010년 5억650만원에서 2011~2013년 4억8000만원 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5억8875만원으로 반등하며 연간 3.05% 상승하는데 그쳤다. 해당 기간 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9.8%, 최저임금이 연간 5~6%씩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가맹점주들의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에는 가맹점주의 평균 매출액이 2010년 4억8400만원에서 지난해 4억82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수 증가는 본사에 이익이지만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경쟁점포가 늘어 매출하락의 원인이 된다. 일부 점포에서는 본사가 강제·임의로 발주한 물건을 점주가 떠안는 문제까지 겹치며 점주들에게 타격을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매출총이익(매출액 중 각종 물류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의 35%를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여서 나머지 65% 중 점포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떼고 나면 남는 돈은 별로 없다는 것이 제 의원의 설명이다.
장사가 되지 않아 폐점을 하려 해도 과도한 위약금으로 인해 이마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 60개월 계약을 하는데 중간에 점포운영을 접을 경우 생기는 기대수익 상실금에 인테리어잔존비용, 철거비용 등을 합하면 위약금도 1억원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제 의원은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본사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정위 권한을 지자체에 나누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이익배분 비율도 순이익 기준 25% 대 75%로 조정할 필요성도 밝혔다. 제 의원은 조만간 해당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국회는 지난 2013년 8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권 등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법·불공정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지만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도시락을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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