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지난 2월 퇴직한 박홍우 전 대전고법원장은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 재취업 심사에서 ‘취업가능(취업제한대상 비해당)’ 통보를 받았다. 5년간 대전고법원장으로 재직하며 판결 업무가 아닌 ‘사법행정업무’만 다뤄 문제가 없다는 심사의견이었다.
이같이 최근 5년간 퇴직한 고위 법관 및 법원 공무원에 대한 취업심사에서 승인이 거절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관련성’ 등 심사 기준도 지나치게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윤리법상 퇴직한 고위 법관이나 고위 법원 공무원은 법원 근무시 다뤘던 업무와 취업제한기관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취업이 제한되지만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취업이 가능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퇴직 법관 및 공무원 취업 심사 내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퇴직한 고위 법관 및 법원 공무원 18명은 취업심사를 모두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LG전자 등 대기업 임원으로 취업하기 위한 고위 법관 16명과 법원공무원 2명의 취업이 모두 승인된 것이다.
특히 18명 중 8명은 취업한 이후 심사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취업 제한 대상 기관에 취업할 수 있는지 사전에 심의해 승인받도록 한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직자윤리법 18조 1항은 대법원공직자윤리위가 심사해 퇴직 고위법관 등의 소속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제한기관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경우 취업제한기관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심사결과를 해당자에게 통지하도록 돼있어 사전 심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심사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한 건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퇴직 공무원 취업 심사 결과를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이를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최근 법피아가 사회적 문제점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법관의 재취업 심사가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전관예우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없도록 퇴직 법관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무원 취업심사 내역. 자료/김진태 의원실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무원 취업심사 내역. 자료/김진태 의원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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