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국내 헤지펀드 총 설정액이 6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기세를 몰아 연내 8조원대 성장이 관측되는 상황이다. 하반기 신규 헤지펀드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그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기존 상위권을 지키던 베테랑 헤지펀드와 신생사 간 경쟁 본격화에 따른 '루키 돌풍'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총 설정액은 지난 26일 종가 기준 6조1407억원에 달한다. 3조원을 돌파한 연초 이후 두 배 넘게 몸집을 키운 것으로 이달에만 50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현재 49개 헤지펀드 운용사가 설정한 전체 펀드 수는 163개. 기존 1세대 헤지펀드의 청산이 잇따른 가운데 신규 등록을 마친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펀드 설정이 지속된 결과다. 29일 브로스자산운용이 신규 헤지펀드 '형제'를 출시하며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이에 앞서 트리니티자산운용과 인벡스자산운용의 '트리니티멀티스트레티지', '인벡스W' 등이 하반기 헤지펀드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 이후 진입 장벽이 대폭 낮아진 것도 주된 이유다. 신규 운용사들의 소규모 헤지펀드 출시가 활발해지면서 설정액 증가뿐 아니라 펀드 개수 증가도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헤지펀드 운용사는 17개에 불과했다.
'큰 손' 국민연금의 헤지펀드 투자가 시작됐고 증권사들까지 헤지펀드 시장에 가세했다는 점도 국내 헤지펀드 판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수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달 'NH앱솔루트리턴'을 출시한
NH투자증권(005940)에 이어 토러스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도 인하우스 헤지펀드 등록 신청을 마치고 이르면 내달 초 헤지펀드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연내 8조원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태"라며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등 구조화상품 운용부문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헤지펀드를 돌파구 삼아 진출하고 있고 전문투자자 진입규제 완화로 기존 자문사들의 사모펀드 진출이 늘고 있다는 점은 그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초 이후 수익률 기준 상위권 대부분을 신규 운용사 헤지펀드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올 1월 설정된 파인밸류자산운용의 '파인밸류IPO플러스'가 올 들어 16.85%의 성과를 내며 수주 연속 독주를 이어가는 가운데 타이거자산운용의 '타이거5콤보'(2월 출시)와 피데스자산운용의 '피데스신짜오'(1월 출시)도 같은 기간 각각 10.15%, 12.89%로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국내 헤지펀드 시장 초창기부터 베테랑으로 이름을 알려온 브레인자산운용과 대신자산운용 등의 수익률은 두자릿수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시장의 '소규모 무한경쟁' 체제는 가속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업계의 자기자본 규모에 딱히 제약을 두지 않고 경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펀드산업의 경우 자산운용 규모가 커질수록 초과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검증된 것이어서 소형사에 다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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