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작성해 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법정에 선 유모(61) 호서대학교 교수가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연구비를 빼돌린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남성민) 심리로 15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유 교수의 변호인은 "국내에서 본인도 자부하다시피 유일무이한 독성학계 권위자"라며 "유 교수가 매월 자문료 200만원에 (허위로 보고서를 쓸 만큼) 양심을 파는 불량 학자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임수재 혐의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유 교수가 받은 자문료가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는 검찰의 공소사실만으로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 교수는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중간 발표 설명회에 참석해 권위자답게 서슴없이 질문하고 상당히 자신감 있게 토론에 응했다"며 "옥시 측이 그런 자세를 보고 먼저 흡입독성 실험 자문을 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가 연구비를 빼돌린 혐의에 대해선 사실 관계는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교수 측은 "유 교수가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연구원들을 참여시켜 인건비를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하나 연구비는 그 연구원들에게 지급됐다"며 "이는 연구용역 계약에서 용인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구와 관련 없는 장비를 구매한 것과 관련해선 "연구용역에 필요한 장비는 아니나 호서대에서 발주하는 또 다른 용역 수행을 위해 미리 장비를 신청하거나 구매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재판부는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유 교수에게 발언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없다"고 답했다. 다음 재판은 8월12일 오후 4시 1회 공판기일로 열린다.
유 교수는 지난 2011년 호서대 산학협력단과 옥시 사이에 체결된 '가습기살균제의 노출평가 시험 및 흡입독성시험' 연구용역계약의 총괄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이후 옥시 측에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제출해 옥시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2400만원, 옥시의 민·형사 소송에서 유리한 진술서를 작성해주는 대가로 2000만원을 받은 등 총 4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 교수는 조모(57·구속 기소) 서울대학교 교수와는 달리 옥시 직원의 아파트에서 가습기를 틀어 놓고 살균제 원료 농도를 측정하는 등 부실한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교수는 또 2012년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허위로 등록해 인건비를 타내고 연구 목적과 무관한 장비가 필요하다는 등 총 6800여만원의 연구비를 받아 쓴 혐의(사기)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배임수재와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호서대학교 유모 교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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