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최근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금융노조 간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증권·보험·카드업 종사자들이 속한 사무금융노조도 정부 노동정책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무금융노조는 최근 정부의 기조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큰 쟁점이 없었던 지난해와는 완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16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BK투자증권은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005940)은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데, 이 곳들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가 두 곳을 시범 케이스로 삼으면서 '쉬운해고'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IBK투자증권이 2월초 증권사 최초로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도입했고, NH투자증권이 4월 저성과자 사유로 직원들의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사무금융노조는 “정부가 노동개혁이라고 포장하지만 결국 ‘쉬운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 및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추면서 당국과 노조 간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가 자율개선 지도를 빌미로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3월 노동부는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선 지도계획’을 발표했고 4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에 단체협약을 자율개선 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개선지도 권고장을 발송하면서 사업장 단위의 교섭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결국 노조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가 16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부당징계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사무금융노조
정부와 노조는 증권시장 및 외환시장의 거래시간 30분 연장에 대해서도 입장차가 크다. 김경수 노조 대외협력국장은 “거래시간을 늘린다고 해도 당국의 정책목표인 거래량 증가는 반짝 효과에 그칠 뿐이고, 금융투자업계 근로자의 근로여건만 악화될 것”이라며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은 MSCI 선진지수 편입이라는 목표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올해 편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추진명분이 사라진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조선·해운 업종의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현대중공업(009540)의 자구책 중 하나로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결정한 것도 쟁점이다.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은 1분기 영업이익이 3252억원을 기록했고, 당장 일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현재 조선·해운 업종에 대한 우려감을 악용해 하이투자증권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 같은 졸속매각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무금융노조는 오는 18일 열리는 금융·공공부문 노동자 총력결의대회에 참여하는 등 금융노조와 연대를 통해 투쟁의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20대 국회가 개원한 만큼 정무위원회 의원들과 접촉을 늘려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부당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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