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우리은행이 일본에서 실시하는 기업설명회(IR)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일본공적연금(GPIF, 이하 일본 연기금)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연기금이 지난해 손실을 입어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우리은행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본 연기금이 지분투자까지 나서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1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일본 연기금, 대형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6곳을 대상으로 IR을 개최할 예정이다. 1대1 미팅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번 IR은 일본 연기금 등 일본 측 투자자의 요청에 의해 마련됐다.
이는 미국과 유럽 IR이 투자자를 직접 찾아나선 상황과 비교해 긍정적인 시그널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 중 일본 연기금의 포함돼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본 연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140조엔(1518조원)가량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연기금이다. 전세계적으로 대형 투자를 지속해온 일본 연기금은 현재 운용자산 중 22.82%를 해외 주식에 투자됐다.
우리은행은 일본 연기금이 최근 외국 자산과 주식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 연기금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수익률을 높이도록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라는 주문에 지난해 10월 국내 채권 비중을 종전 60%에서 35%로 줄이는 대신 국내외 주식 비중은 50%로 늘리는 포트폴리오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년간 시가배당수익률이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5.4%에 달했다.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0.37배로 저렴하다. 낮은 가격에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이다.
1분기 당기순익도 4433억원으로 시장기대치(3000억원대)를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실적 호조에 지난 1월 20%이던 외국인 지분율도 최근 25%대로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일본 국채 등에서 손실을 보고 있고 미국 등에서도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변경 측면에서 우리은행의 주식이나 지분투자를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금의 경우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일본 연기금이 투자 신청을 할 경우 우리나라 당국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과 조선·해운사 구조조정 부담 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로 낮추면서 은행들의 NIM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NIM이 하락하면 대부분의 수익을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우리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순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한다.
최근 조선·해운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이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대출 채권이 부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2분기에만 조선·해운사에 1500억원의 충당금을 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일본 연기금이 우리은행에 관심이 있는 것은 맞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질 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지난 3분기 일본 연기금이 공격적인 투자로 사상 최대인 7조8899억엔(약 74조원)의 운용손실을 기록한 만큼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이느냐가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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