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법인 설립 이후 첫 수입차 시장 1위를 노리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잦은 리콜로 신뢰감을 잃고 있다. 최근 화재사고와 탈세 추징금, 높은 배당금 등으로 국내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시장에서 총 1만6805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1만3683대의 BMW를 제치고 업계 선두를 유지중이다.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수치로 상위권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벤츠를 보는 시선은 곱지않다. 이날 국토부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제작된 벤츠 SKL 200 26대에 대해 배선 설계 오류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발견, 리콜 조치했다. 이로써 벤츠는 지난 3월 C클래스와 4월 GLC 220 BLUETEC 4MATIC 등 3개월 연속 리콜에 연루됐다.
잇따른 화재사고도 논란이 되고있다. 지난 1월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양재IC 부근을 지나던 S350 승용차에서 원인을 알수 없는 불이 난것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총 7건의 차량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월 평균 1회 이상의 원인 불명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총 7건의 벤츠 차량 화재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창원에서 발생한 벤츠 차량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창원소방본부
경쟁사인 BMW 역시 지난해부터 빈번하게 발생한 화재사고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바 있다. 하지만 BMW 측은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한 고객들에 한해 중고가에 부합하는 피해를 현금으로 보상한 데 이어 외부 수리업체에 정비기술을 수입차 업체 최초로 공개하는 등 적극적 대응으로 성난 여론을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벤츠는 여전히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 중에 있으며 결과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제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벤츠의 이같은 수동적 대응은 지난해 골프채 파손 사건과 연초 개별소비세 늑장 환급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부는 지난 1월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 직후 차량 판매가 급감하자 2월 개소세 인하 혜택 연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월 미적용된 인하 혜택에 대해 각사별 소급 적용이 진행됐지만 벤츠는 그동안 인하분을 선반영해 차량을 판매했다는 논리로 환급불가의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후 개소세 인하와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악화된 여론에 정부 발표 한달여가 지난 3월 초에야 인하분을 환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광주 서구 벤츠 판매점 앞에서 자신이 보유한 2억원 상당의 벤츠 차량(S63 AMG 4MATIC)을 골프채로 파손한 일이 발생하기도 햇다. 주행 중 3차례에 걸쳐 시동꺼짐 현상이 발생해 교환과 환불을 요구했지만 벤츠측이 답변을 주지않는다는 데 항의 표시를 한 것.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뻔한 해당 사건은 운전자가 당시 임신 6개월인 아내 등 가족과 동승한 채 고속도로에서 결함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점 등이 전해지며 여론이 벤츠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급격히 쏠렸다. 결국 벤츠는 한바탕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차량 주인에게 신차 교환을 약속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수입차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뒤 배당성향을 66%로 상향 585억원 이상의 금액을 배당으로 돌린 점 역시 경쟁상인 BMW가 4년째 무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기도 했다. 높은 매출액 역시 지난해 세무조사를 통해 500억원 이상의 탈세 추징금이 과징되는 과정에서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르는 등 연이어 체면을 구겼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에게 기대하는 품질에 대한 신뢰"라며 "수입차 업계가 단순히 외형을 키우기 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고객 대응책도 구축하지 않은채 1위 자리를 지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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