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룡건설은 이인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승찬 사장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종전 각자 대표 체제에서 한승구 전 사장이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하면서다.
계룡건설의 이 같은 움직임은 2세 경영 본격화와 함께 침체에 빠진 회사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계룡건설은 양적 성장에 급급하다보니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평이 뒤따랐다.
여기에 부채비율의 증가와 유동비율 감소가 지속적으로 동반되면서 2013년과 2014년 2년 동안에는 영업손실 1536억원, 순손실 1936억원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계룡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경기 자체가 악화된 데다 공공공사 사업장의 대규모 손실로, 1000억원대 적자가 발생했다"며 "경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손충당금과 공사손실 등을 지난 2년간 재무제표에 충실히 반영한 만큼 올해는 실적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4년 이시구 전 대표이사 회장(이인구 명예회장의 동생)을 대신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 사장은 강점인 공공사업에서는 양질의 사업에 선별적으로 접근해 수주고를 착실히 쌓아왔다. 분양시장 호조에 편승해 최근 7년간 평균 공급량(2327가구)을 상회하는 3320가구를 지난해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또 2011년 이후 멈췄던 해외사업도 재개해 작년에만 1억달러 이상의 신규수주를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명예회장의 입김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머지않아 이 사장이 한계를 맛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계룡건설 지분을 14.21% 보유한 2대 주주다. 아버지인 이 명예회장은 16.60%를 갖고 있다.
이 사장은 2002년 27세의 나이로 계룡건설 이사로 입사한 뒤 상무(2004년), 전무(2007년), 총괄부사장(2010년) 등을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받은 뒤 2014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41살의 나이에 매출 1조5221억원(2015년 말 기준) 규모의 중견건설사의 수장이 된 셈이다.
A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이승찬 사장을 비롯한 중견건설사 2세들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온 만큼 건설업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지만, 아직도 회장의 권한이 적지 않은 만큼 2세라고하더라도 진두지휘하지는 못 하는 상황이다. 이 사장 역시 얼마 안 가 운신의 폭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승구 전 사장의 거취는 불분명하다. 회사 측은 현재 사내 고문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을 했지만,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어 돌연 사임을 결심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대교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무리수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후계 구도를 정립해가는 과정에서 과다하게 이 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전 사장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였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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