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여자친구 개인정보로 채팅…"명예훼손 아니다"
대법 "정보만 도용…허위사실 적시한 것 아니야"
2016-03-27 09:00:00 2016-03-27 21:46: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다른 사람의 SNS 개인정보를 자신의 것인 것처럼 사용해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한 뒤 소개팅 상대방에게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준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전 남자친구의 여자친구 SNS정보를 도용해 소개팅 앱에 가입한 뒤 그녀의 전화번호 등을 소개팅 남성들에게 전달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김모(28·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3년간 사귀던 남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다음 새 여자친구 A씨와 만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A씨가 다른 남성들과 채팅 등으로 연락하는 것처럼 조작해 둘 사이를 갈라놓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2014년 1월5일 자신의 스마트폰에 모바일 소개팅 앱을 설치한 다음 회원가입 항목에 A씨의 카카오톡 자기 소개란에 기재된 A씨의 사진과 나이, 지역, 직업, 키 등 개인정보를 옮겨 입력해 저장했다. 김씨는 이후 자신이 A씨인 것처럼 남성들과 채팅하면서 A씨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줘 A씨는 모르는 남성들로부터 걸려온 전화 때문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김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됐으나 1,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의 행위는 A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일 뿐 김씨가 A씨가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다른 남성들과 채팅하고 전화번호를 건넸다는 등의 어떤 '구체적인 사실'을 알렸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게 무죄 판결 이유다.
 
1, 2심 재판부는 "비록 김씨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정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A씨에 대한 거짓 사실을 적시해 그로 인해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피고인의 행위를 '피해자가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다른 남성들과 채팅하고 전화번호를 줬다는 내용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명예훼손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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