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계기로 AI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을 거두며 예상외의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도 많을 정도로 복잡한 바둑에서 인간보다 인공지능의 우위가 확인됐다는 게 이유다. AI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AI에 의한 컴퓨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 자칫 인류의 미래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AI는 인간의 지각·추론·학습능력 등을 컴퓨터로 구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과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구글의 검색 엔진, 스팸 메일 걸러내기, 실시간 통번역, 개인 맞춤형 영화 추천 등이 모두 우리가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는 AI다.
최근에는 사람을 대신해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AI로봇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령 일본의 건설기계업체인 고마쓰는 사람과 똑같이 땅을 파는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인 '스마트컨스트럭션'을 고안했다. 스마트컨스트럭션은 10년 정도의 숙련인력이 할 수 있는 정밀도 높은 작업을 수행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 성인 2000명 가운데 65%는 앞으로 50년 내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 대부분을 대체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전망은 훨씬 더 비관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펴낸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로봇과 AI 등의 발달로 510만개의 일자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같은 달 발표한 '2016 세계개발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직업 가운데 평균 57%가 자동화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조사대상 중 위험에 처한 직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에티오피아(85%)였으며 미국(47%)과 중국(77%)에서도 대량실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급속한 변화를 가져오는 파괴적 기술로 사라지는 직업군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무인자동차 개발로 택시 기사, 버스 기사, 교통 경찰, 대리 운전자 등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인기(드론) 발달로는 택배 서비스, 음식·우편 배달, 소방관, 건설현장 모니터 요원, 경비원 등이다. 3D프린터는 다양한 제조업 기술자, 배송, 물류창고 노동자, 목수, 부동산 전문가 등이다.
에너지 저장 기술 발달로는 에너지 감사, 발전소 직원, 광부, 지질학자, 가스 배달업자, 에너지 기획자 등이다. 로봇 기술은 재고 담당자, 소매 점원, 외과의사, 약사, 수의사, 페인터, 수위, 조경사, 환경미화원, 산림 관리자 등을 소멸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I는 분명 복잡한 셈법 계산 등은 뛰어나다. 그러나 인간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에서 오히려 어려움을 느낀다. AI에 의한 산업혁명으로 대량실업 문제 등이 발생할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등의 발전으로 2020년까지 사라질 일자리가 510만개나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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