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건설사들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모시기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3월 기업들의 주주총회 시기 때마다 관피아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바람막이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해당 산업에 능통한 재계 출신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상위 20위 내 건설사 상장사 8곳 중 7곳이 권력기관 및 건설 유관부처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건설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감사원, 국세청 법원·검찰 등 주요 권력 기관 출신을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오는 11일 주총을 여는
현대건설(000720)은 박성득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 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이번에 재선임되는 박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현대건설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겸임한다.
GS건설(006360)은 18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장관과 주인기 전 한국경영합회 회장(감사위원 겸임)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2대 국토해양부 장관을 역임한 권도엽 전 장관은 현재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날 대림산업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과 한국국토정보공사 비상임이사를 역임한 박상욱 서울대 경영대학 부교수(감사위원 겸임)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박순성 변호사(감사위원 겸임)와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낸 정형민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두산건설은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검장(감사위원 겸임)과 최종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두산중공업은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2차관과 차동민 전 서울고검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김동수 전 서울고검 검사장이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된다.
코오롱글로벌은 국토부 통합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낸 천의영 경기대 건축설계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한라는 홍완기 전 KB국민은행 신탁본부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조사대상 중 유일하게 금융권 출신 사외이사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포춘이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는 74%가 재계 출신 전문가인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보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재계에서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그룹 계열사인데다 그룹의 자금 관리도 담당하고 있다"며 "외부 압력이나 각종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료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3월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에서 열린 현대건설 제61기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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