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은행의 순이익이 전년의 '반토막' 수준인 3조5000억원으로 추락했다. 저금리 환경 속에서 순이자마진(NIM) 축소로 이자수익이 줄어든 데다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되면서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명예퇴직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한몫했다.
18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을 보면 작년 시중은행·지방은행·특수은행 등 국내은행 17곳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6조원보다 2조5000억원(42.6%) 감소했다.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 등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5000억원(10.4%) 줄어든 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농·수협 등 특수은행은 작년보다 2조1000억원이나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당기순손실 900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분기별로, 작년 2분기 2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3분기 1조3000억원으로 감소하면서 4분기에는 2조1000억원 적자전환했다.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조4000억원(4.0%) 감소한 33조5000억원에 그쳤다. 순이자마진이 기준금리 인하 등에 따른 예대금리차의 축소 등에 따라 하락 추세를 이어가면서 1.5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원화예대금리차는 2010년 2.94%포인트(p), 2012년 2.59%p, 2013년 2.31%p, 2014년 2.18%p, 작년 1.97%p를 나타냈다.
다만, 비이자이익은 5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4000억원(29.1%)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이 4조9000억원으로 4000억원가량 소폭 증가한 가운데, 대한주택보증 주식매각이익(국민·하나 등 8개 은행) 6000억원 등을 포함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1조8000억원 늘어나 2조7000억원을 찍으면서다.
대손비용은 1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5000억원(26.8%) 늘었다. 특수은행의 대손비용이 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대비 2조5000억원(55.5%)이나 증가한 탓이다. 경남기업 등의 회생절차가 시작됐고, 포스코플랜텍, 동아원 등의 워크아웃도 진행됐는데, STX조선 등 조선관련 대손비용까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영업외손익은 전년보다 3000억원 오른 60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자회사 등 투자지분 관련 손익이 2014년 중 이익 1000억원에서 손실 7000억원으로 전환하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는 22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5000억원(7.0%) 증가했다. 판관비 중 인건비(급여,복리후생비, 퇴직급여,명예퇴직급여)가 14조4000억원을 차지하는 등 전년보다 1조3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은행권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명예퇴직급여가 전년보다 8000억원 늘어난 1조5000억원을 기록한 게 주된 요인이다. 실제로 SC은행의 경우 작년 말 963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동반 하락했다. ROA는 전년보다 0.15%포인트 하락한 0.16% 수준이다. 이는 총자산은 11.0%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ROE도 2.14%로 전년보다 1.91%포인트 떨어졌다. 이번 기록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00년(ROA -0.50%, ROE -11.02%) 이후 최저 수준이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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