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부터 인사동에 있는 나우갤러리에서는 사진작가 배지환의 '길 위에 서다' 사진전이 열린다.
그의 사진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현재와 관계하고 있는 그의 삶, 우리의 삶, 또한 사라져 가는 외형이 아닌 내면을 담은 기록이자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기록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내면의 과거 여행은 ‘사진’이란 매개체로도 충분하다.” 그의 작가노트에서 그의 사진을 통해 그의 시간의 흔적과 예술의 미학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작가노트
2011년 2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리산에서의 요양 생활에서부터 호스피스 병동 생활까지...
1년여의 병간호 생활은 사진가의 본분을 잠시 잊게 했고, 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카메라를 손에 들 수 없었다.
그렇게 계절을 보내고, 어느 여름날 아버지가 보고 싶어 다시 찾아간 지리산은 참 반가웠다.산은 아버지였다.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에 아버지의 가뿐 숨소리가 담겨있었다. 그리운 대상이 되어버린 산은 더 이상 거대해 보이지 않았고 한없이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꿈에서 깬 듯한 기분으로 이 곳 저곳을 관찰하고 담기 시작했다.
다시 사진을 마주하는 마음이 들었던 순간이 그 시점이었고, 산에서 내려와 마을로 내려가는 도중, 길 위에서 마주한 시골매점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왜 낡아서 곧 쓰러질 거 같은 건물에서 아버지가 생각났을까.. 갑자기 그 세월 동안 견디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멈춰있는 시간 동안 마주하지 못하는 그리움에 왈칵 눈물이 났다. 감정과 인내가 평행을 이루던 임계점(臨界點)을 지나 그렇게 한없이 그리워했다.
‘길 위에 서다’는 그리움에서 시작된 아버지와의 관계이다.
사라져 가지만 아직은 현재와 관계하고 있는 나의 삶이자, 우리의 삶이다. 또한 사라져 가는 외형이 아닌 내면을 담은 기록이자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이다. 언젠가는 그 시선으로 담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질 수 있겠지만, 사진으로 존재하고 기록된다. 타임머신이라는 기계가 만들어지면 과거로 갈 수 있겠지만, 내면의 과거 여행은 ‘사진’이란 매개체로도 충분하다.
시선과 사진이 맞닿는 순간 평면의 사진은 마음을 요동치며 그리움이 담긴 피사체로 바뀐다. 미래의 누군가가 사진 앞에 서서 과거의 우리를 마주할 것이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이오, 살아있다는 것은 늘 그리움의 연속이다.
그 여름날의 감정이 그랬듯이. 아직 그리워할 대상이 존재함에 감사하며..
길 위에 서서 그리움을 담는다.
◇ 사진작가 배지환
- 전 시 명 : 배지환 [길 위에 서다]展
- 기 간 : 2016년 2월 24일(수) - 3월 1일(화)
- 장 소 : 갤러리 나우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9, 관훈동 성지빌딩 3F
◇ 배지환의 사진 작품들(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merica2@hanmail.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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