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예상 이상으로 월세 변환 속도가 빠르다. 5년 전 월세가 흔치 않았던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도 월세화 바람이 거세다. 그때과 비교해 월세 계약은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보증금 비중이 큰 준전세(반전세) 비중이 빠르게 늘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
10일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에서 신고된 월세계약건수는 총 1만3633건으로 2011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 8003건이었던 1월 월세신고량은 2012년 7502건, 2013년 1만1245건, 2014년 1만1331건, 2015년 1만2652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그리다 지난달 1만3000가구대를 돌파했다.
특히 아파트의 월세계약이 급격히 증가했다. 고가의 임대료로 월세계약이 많지 않았던 아파트였지만 전세난에 따른 준전세 계약이 유행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1년과 비교해 아파트 월세계약은 163.8% 늘어난 4707가구를 기록했다.
실제 2011년 1월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의 경우, 4억원 이상 보증금 월세계약이 단 한건도 없었지만, 올 1월에는 13건이나 신고됐다. 59.9㎡가 보증금 5억2000만원, 월세 40만원에 계약됐으며, 119.9㎡는 보증금 8억5000만원, 월세 90만원에 신고됐다.
아파트의 대체제인 연립·다세대주택 역시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나 늘었다. 1471건이었던 연립·다세대주택은 올 1월 2950건으로 늘었다. 통상 월세주택으로 많이 이용되는 단독·다가구주택은 4748건에서 5976건으로 증가했다.
서울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증가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보증금은 1억3519만원이며, 월세는 81만2000원에 달한다. 연평균 가구당 9744만원이 아파트 월세로 지출되고 있다. 소득의 1/3이 주택 거주비로 나간다. 저축의 기회를 그만큼 잃어버리는 셈이다.
월세화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기조와 집값 상승 기대감 저하 등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은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을 통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임대인의 월세선호현상으로 전세의 월세전환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과거 전세가 세입자의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 마련의 기회를 만들어 줬음을 감안하면, 월세화 가속은 미래 주택매매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허명 부천대 교수는 "과거 세입자들은 전세를 통해 주택구입의 종자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월세가 증가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주택구매 능력을 지연시킬 수 있다. 월세화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소비력 변화와 주택시장의 연쇄반응까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 내 월세계약이 급격히 늘고 있다. 아파트는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주택 구입 종잣돈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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