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최악의 업황 속에서도 올해 세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던 SPP조선이 채권단 내 불협화음으로 인해 해체 위기에 몰렸다. SPP조선 내부에서는 채권단이 회사를 청산하려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SPP조선은 지난 2010년 5월부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서울무역보험공사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왔으며, 지난 4일 인수의향서 접수가 마감되면서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SPP조선은 지난 5년간 원가절감, 50%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세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44억원)를 기록한 만큼, 이번 매각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SPP조선의 상황은 되려 악화되기 시작했다. 채권단이 최근 SPP조선이 따낸 신규수주 8척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 시기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이다. SPP조선은 채권단이 RG발급을 거부하면서 신규수주를 모두 잃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SPP조선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조선업체 매각은 수주를 많이하고 영업을 하는 상태에서 진행돼야 매입기업의 운영부담금이 줄어들고, 매각 가격 역시 높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채권단이 신규수주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채권단이 SPP조선에 대해 각 사업부문을 따로 파는 부분매각 방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회사 내부에서는 채권단이 회사를 청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일 채권단에서 인수의향서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선박을 만드는 사천조선소가 아닌 작업이 셧다운된 통영, 고성조선소 부지와 다른 기기를 제조하는 함안공장에 대한 입찰이 진행된 것"이라며 "이같이 사업부문 분리매각에 들어간만큼 회사를 청산하려는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채권단 내 불협화음을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역시 SPP조선이 지속 수주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SPP조선 RG발급의 경우 채권단 100%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일부의 반대로 RG발급을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PP조선 직원들은 채권단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며 최근 청와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조선소가 위치한 사천시민들을 대상으로 기업살리기 서명운동에 돌입해 2만여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SPP조선은 탄원서를 통해 "3분기 국내 조선사 중 최고의 실적을 냈는데도 채권단에서 수익이 나는 수주선박의 RG발급을 부결 처리했다"며 "아직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소들에게는 RG발급은 물론 수조, 수천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을 하고 있는 은행과 관련 정부기관들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어떤 원칙과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SPP조선의 사천조선소 전경.사진/SPP조선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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