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은행들이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중견건설사나 주택전문건설업체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건설경기 침체 이후 신용등급 하락을 겪으면서 자금유치가 녹록치 않은데다 대출금리마저 오르자 자금 압박 부담이 더욱 커졌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시공사 보증으로 계약자에 대한 개별 소득심사 없이 중도금 또는 잔금을 분양가의 60~70% 수준까지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집단대출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받지 않다보니 2~3년 뒤 입주 시점에서 부실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중도금, 이주비 등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아파트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87조3618억원에서 10월 말 91조7665억원으로 4조4047억원이 불어났다. 10월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322조346억원)에서 아파트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8.5%(91조7665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세자금대출 잔액(18조9416억원)의 5대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집단대출 과열 양상에 결국 금융당국이 금융권 전체에 대해 집단대출 규모와 심사과정 등에 전방위 검사를 하고 나섰다. 아파트 구입을 위한 무분별한 대출이 자칫 부실이 발생되면 결국 가계대출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당국의 눈치를 보며 보수적인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전보다 대출요건을 강화해 대출을 받기 어렵게 하거나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 움직임이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실적이 발표되고 신용등급 조정 시즌을 맞이한 중견건설사나 주택전문건설사들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에 앞서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대출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이 때 신용평가사들이 내놓은 평가결과가 주요 참고자료가 된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신용도에 따라 AAA부터 D까지 18개 등급으로 나뉜다. BB+ 이하는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돼 이 등급부터는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 만기 연장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신용등급이 BB+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이 대출을 끊고 기존에 빌려줬던 자금마저 회수하는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엔지니어링(A→BBB+), SK건설·태영건설(A→A-), 포스코건설(AA-→A+) 등 건설업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총 12건 이뤄지면서 전체 업종(54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대개 4~6월, 10~12월 신용등급 하락이 많은 계절로 분류되면서 신용등급 조정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도 강등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평사들은 보통 3월 말까지 발표된 결산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4~6월 평정(평가해 결정)하고, 8월 말까지 발표되는 반기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10~12월 등급을 평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권에서 대출금을 갑자기 회수하거나 이자율 인상, 대출기간 축소 등을 요구하게 되면 중소 규모의 업체로써는 자금 부담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A 주택전문업체 관계자는 "중견업체들의 경우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 이후 무더기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며 "다행히 투자등급을 유지하더라도 대형사에 비해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돈을 빌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B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연 2.8% 수준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아 분양사업을 해왔는데, 최근 중도금 대출이 막혀 지방은행이나 2금융권 등 새로운 대출기관을 알아보고 있다"며 "모두 어렵다면 분양시기를 재검토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중단은 금융권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중단으로 이어져 아파트 분양사업의 비중이 큰 주택건설업체들의 심각한 경영난이 예상된다"며 "이는 협력업체 및 연관 산업에까지 영향을 끼쳐 국내 경제에 전방위적인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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