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을 지지할 뜻을 재차 밝히고,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소송을 제기해 전면전을 벌일 것을 시사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한 언론이 배석한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 분쟁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민·형사 소송을 모두 진행하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건강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바보가 됐다느니 하며 재산을 가로채는 것은 큰 범죄행위가 아니냐"고 말했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승계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신동빈 회장)가 장남이 아니니까 장래에 장남으로 승계될 것을 알고 저런 일(분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중국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아키오(신동빈 회장)가 한 일은 모두 실패했다"며 "나에게 보고도 없이 제 마음대로 중국에 투자해서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주 대표에게 "중국사업에서의 실패분을 소송을 통해 개인 재산으로 받아내고, 물러서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신동주 대표가 형사재판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처음은 민사로 진행하겠다고 말하자 신격호 총괄회장은 "형사재판을 함께하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발음은 끝말을 흐리는 것을 빼면 양호했으며, 대화 중간중간 손짓과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 표현을 분명히 했다. 다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되묻는 일이 많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는 일본어로 대화했으며, 동석한 기자와는 한국어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보도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지속적으로 앞세워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반복하여 활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롯데그룹 측은 입장 발표자료를 통해 "이미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재차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은 롯데의 기업개선 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속적으로 주장돼온 중국사업 관련 내용 역시 수년 전부터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해왔다는 주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사업 보고에 대한 내용 역시 지난 7월30일 외신 인터뷰 기사 때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된 내용"이라며 "이에 대한 내용을 반복해 보고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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