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에서 또 다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9월 주요국 물가 상승률이 일제히 기대치를 밑돌면서 글로벌 성장 둔화가 유로존 경제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은 스페인의 9월 물가상승률이 -1.2%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0.5%를 크게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독일 역시 0.2%에 그쳐 지난 1월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주요국들의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이달 유로존 전체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9월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0.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물가상승률 0.1%보다도 후퇴한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로존 경제의 대들보인 독일을 비롯해 전체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는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예상했던 것보다 물가상승 속도가 느린데다 연말까지 글로벌 거시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유럽의회의 경제통화담당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추가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망설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즉각적으로 추가적인 유동성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신흥시장의 경제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유로존도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재차 하향조정을 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드라기 총재가 양적완화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약한 속도로나마 진행되고 있는 경기 회복세가 완전히 꺽이기 전에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은 연말까지 제로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ECB가 당초 예상했던 2% 목표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9월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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