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시장점유율보다는 마음점유율을 얻어라
고객 마음에 각인될 수 있는 제품 이미지 만들어야
2015-09-16 13:27:31 2015-09-16 13:27:31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기업은 경쟁사보다 좀 더 나은 기능, 좀 더 많은 기능의 제품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쓴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성숙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 성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수록 단순한 물리적 차이는 경쟁자에 의해 금세 따라 잡힐 수 있어 차별화 효과가 약해지기 쉽다. 때문에 제품 간의 작은 차이보다는 해당 제품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와 명분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LG경제연구원은 '고객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이미지의 차별화'란 리포트를 통해 "품질이나 기술의 실제적인 차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속에 각인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마다 어떤 이미지를 입히는가에 따라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잡는 위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포트는 이미지 차별화를 위해 ▲카테고리 이동을 통한 새로운 이미지 획득 ▲본래 이미지로의 회귀 ▲제품에 사회적 공헌 이미지 부여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우선 카테고리 이동을 통한 새로운 이미지 획득을 통해 기존제품 카테고리보다 준거가격이 높은 카테고리로 이동함으로써 프리미엄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스타일 가전 '스메그', 덴마크의 '뱅앤올룹슨'이 대표적 예다.
 
일명 '강남 냉장고'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스타일 가전 스메그는 기존 최신형 냉장고보다 기능이 단순하고, 큰 외관에 비해 내부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다. 가격은 일반 가전업체 제품보다 무려 6~7배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30%를 점유하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는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이탈리아 본사가 한국 전용라인을 할당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 가전제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무채색 대신 빨강·파랑·분홍·민트 등 강렬한 색상을 지녀 소비자의 마음속에 인테리어 소품 혹은 가구와 유사한 카테고리로 포지셔닝했기 때문이다. 주방과 혼연 일체되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기존 업체들과는 달리 아티스트의 영감을 담은 예술 작품인 듯한데 알고 보니 냉장고인 이미지로 포지셔닝해 결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 것이다.
 
덴마크의 뱅앤올룹슨은 오디오를 중심으로 한 가전제품 브랜드지만, 공간을 변화시키는 인테리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집 구조에 맞게 사운드 디자인을 해주고,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하는 등 궁극의 사용환경을 설계해주기 때문에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본래 이미지로 회귀를 통해 차별화를 노릴 수도 있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제품 본연의 정체성과 핵심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으로 고객의 마음속에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미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 예로 '테슬라'를 제시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대신 자동차의 본질로 돌아가 '비싼 만큼 좋은 차'로 포지셔닝했다.
 
본래 전기차는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출발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을 대폭 낮추는 데 실패하면서 주행 거리는 짧고 가격은 비싸면서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지 못하는 제품으로 전락했다. 테슬라는 이런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전기모터의 강점을 부각시킨 고성능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선보여 시장의 통념에 반하는 시도를 했다. 
 
'뉴발란스'처럼 사회적 공헌 이미지 부여를 통해 이미지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제품의 속성과 별도로 사회문제에 기여하는 요소도 고객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강력한 이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발란스는 미국산 제품으로 자국민을 고용해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별히 운동화에 브랜드 로고와 함께 'Made in USA' 글씨를 박아 기업이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대신 자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리기도 한다. 리포트는 자국에서 만들어진 신발을 구입할 때 고객 입장에서는 자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 타국의 값싼 노동력 대신 자국민이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뉴발란스의 운동화 매출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기도 하다. 
 
유미연 선임연구원은 "산업이 성숙단계에 이르면서 고객은 필요보다 마음에 들어서 사는 욕구 때문에 구매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경쟁하려 들기보다는 고객의 머릿속에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지 이유와 명분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사람에게 첫인상이 있듯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고객에게 전달되는 이미지가 존재한다"며 "이미지 혼재를 최소화하고 고객의 마음속에 각인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갤러리아명품관에 소개된 이태리 수입 자동차 피아트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스메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냉장고 '스메그 500‘. 사진/뉴시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