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소신있게 증권분석 보고서를 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제출 받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발표 현황 자료를 보면 , 국내 10대 증권사가 최근 5년간 발표한 총 4만9580건의 리포트 중 매수·중립 의견은 4만9557건으로 전체의 99%에 달했다. 반면, 매도 의견은 단 23건으로 0.1% 미만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영업 중인 10대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최근 5년간 총 1만8707건의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은 1835건으로 전체의 9.8%의 비중을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를 내기 힘든 건 업계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매도 리포트와 관련해서는 한 발짝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업체들과의 거래관계와 관련된 문제가 있고, 우리나라 투자환경이 아직까지 매도 리포트를 받아들일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도 리포트를 쓸 경우)해당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투자자의 반발도 심하다”며 “먼저 전반적인 환경 자체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금융기관과 달리 국내 증권사는 내부 고객이라 부담이 클 것”이라며 “국내 증권사는 가격조정방식을 쓰는 것 같은데, 적정가를 하향하는 식으로 리포트를 발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와 발행 기업 간의 힘의 불균형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채권을 발행할 때 증권사가 해당 기업에 대해서 매도 리포트를 낸 적이 있다면 기업은 그 증권사에 대해서 채권 발행 업무를 안 맡기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어서 증권사들이 발행사들의 눈치를 보는 구조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증권사들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발행사와 투자자 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고, 증권사가 무게 중심축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재는 투자자 측면보다는 발행사 측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투자자에게 정확한 리포트가 전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 관계자는 “규정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정확한 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전달돼야 하므로 계속해서 사후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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