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중심으로 부상한 ‘저비용 혁신(Frugal Innovation)’이 자동차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 속에서도 인도와 중국 등 저가 제품에 대한 거대한 수요층이 존재하는 신흥시장의 현지 저가차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의 연구 검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저비용 혁신의 확산과 대응’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현지 저가차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어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저비용 혁신을 연구해 볼만 하다. 특히 이를 통해 이룬 원가절감은 기존 모델 라인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될 신차의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저비용 혁신이란 재정적, 물질적, 제도적 자원의 제약 상황에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더 적은 자원으로 서비스의 본질, 수요의 목적에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영국의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NESTA)에 따르면 저비용 혁신은 네 가지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이들 원칙은 ▲단순히 ‘저렴하게’가 아닌 더 효율적이고 적합하게 하라 ▲기능 없애기보다는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라 ▲낮은 수준의 기술뿐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도 적용하라 ▲서비스 분야까지 확장하라 등이다.
저가 제품에 대한 거대한 수요층이 있는 인도는 자동차 업체들의 '저비용 혁신'이 성공할 수 있는 신흥시장 중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인도 뭄바이의 한 도로가 차량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 AP뉴시스
이미 이 원칙들을 바탕으로 저비용 혁신을 시도한 기업들이 있어 현재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주목할 만하다.
르노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위드(Kwid)를 경쟁사보다 낮은 4700~6280달러의 가격으로 오는 9월 인도 시장에 출시한다. 크위드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함께 7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장착했다. 넓은 적재공간을 갖췄고, 차체 무게가 670kg으로 경량화에도 성공해 낮은 가격에도 높은 상품성을 확보하고 있다.
르노가 저가차를 개발하게 된 배경은 2020년에는 인도가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최고경영자(CEO)가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 소형 SUV 개발을 주도한 것도 영향을 줬다.
2009년 3월 인도의 타타는 2500달러의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경차를 출시했다. 타타는 인도에서 이륜차로 3~4식구가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가족이 함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초저가차’를 구상했고, 결국 나노를 개발했다.
타타는 차량 구조와 설계를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보쉬와 존슨 앤 컨트롤, 도요와 같은 부품회사들과 협업을 했다. 타타는 차체를 철판과 플라스틱을 혼용해 만들었고, 플라스틱 범퍼를 장착하는 등 경량화에 중점을 뒀다. 결국 23km/L라는 높은 연비를 달성했고, 자국의 안전기준도 통과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해 비용 절감을 달성한 곳도 있다. 토요타는 차량 개발과정에서 시제품 제작 시 금형 제작비가 과다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금형 제작비 230만달러를 절감했다. BMW도 차량 검사용 치공구 개발에 3D 프린터를 적용해 기존 대비 58%의 비용을 아꼈다. 두 업체는 비용 절감 외에도 작업자의 작업 편의성 개선, 제품 품질 개선이라는 결과도 이끌어냈다.
육진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저성장, 신흥국 저가차 시장의 성장,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신기술 등장으로 저비용 혁신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를 위한 완성차 업체의 전략은 ‘플랫폼 및 부품 공용화’와 ‘현지 조달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간, 모델 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공용화하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며 “현지의 저렴한 부품과 인력 활용, 물류비 절감을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격에만 집중해 상품성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봤다. 토요타가 내년에 인도에 출시할 신형 에티오스는 연비 효율성을 개선한 1.5리터의 신형 디젤 엔진을 탑재gks다. 또 르노도 내달 출시할 퀴드에 편의 및 안전 사양을 대거 도입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저비용 혁신이 성공할 수 있는 최적지는 신흥시장, 특히 인도가 꼽히고 있다. 육 연구위원은 “인도는 저가 제품에 대한 거대한 수요층이 있어 저비용 혁신이 성공할 수 있는 최적지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인도 현지 수요를 적극 반영한 제품 개발, 현지 개발 거점 확보, 현지 조달 확대 등을 통해 저비용 혁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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