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어떤 이가 차별화된 '금융신상' 구상에 나설 수 있을까요. 창의적인 상품 공들여 만들어 키워 놨더니 냄새만 맡는 격이죠."
절대수익추구형스왑(ARS) 발행규제 지침을 받아든 주요 발행 증권사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ARS 불완전판매 검토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두 달을 훌쩍 넘기면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매듭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부분은 ARS 기초자산과 운용성과의 투명성과 유사 펀드에 비해 불평등한 규제체계 등이다. 수익구조가 복잡하고 수익률에 비교적 편차가 크다는 점이 불완전판매 가능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5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와 기관에 팔리는 ARS는 사모상품인 만큼 기초자산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고 원금 손실 우려도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상품 출시 3년 만에 규모가 5조원 시장으로 커진 것도 안정적인 성과로 높은 매매 회전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발행규제 조치에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실제 ARS는 거래소 등에서 산출되는 개별 주가나 주가지수가 아니라 발행 증권사와 자문사가 체결한 스왑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다. 증권사는 채권 등 안전자산을 사들이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자문사가 제공하는 롱숏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 최대 손실을 지더라도 안전자산에 투자한 이자수익을 초과할 수 없고, 원금보장형이기 때문에 주식에서 손실이 나는 경우 운용은 중단하고 이자 수익만 확보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규제의 일관성을 지적 받으면서까지 추가 실태점검에 나섰다. 일견 이해는 간다. 동양사태를 초래한 원죄가 있어 몰인정의 강도도 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이달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본시장연구원은 관련 매듭 방안을 당국에 전달한 상태다. 사모발행 ARS는 허용하되 증권사와 투자자문사 간 이해상충 최소화를 위한 공시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것으로 자산운용사들도 ARS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시간을 더 끌면 안 된다. 발행사들이 자칫 고객으로부터 한 순간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해야 한다. 문제의 발단이 '시장건전성'이라는 점은 그런 부담을 부추긴다. "3년차 확대일로에 들어선 ARS 시장이 금융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창조경제에 일조한 창의적인 상품이라고 칭찬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비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원죄 가진 증권사지만 5조원 시장을 한 번에 뺏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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