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유를 비롯해 구리,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런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기지개'를 펴기 위해 준비 중인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뉴욕런던 시장에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세계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오름세를 이어갔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지난 주말보다 배럴당 2.27달러 오른 68.51달러를 기록, 지난해 말보다 무려 54%나 급등했다.
영국 런던시장에서도 북해산브렌드유 7월 물이 배럴당 2.45달러 상승한 67.97달러로 뛰었다.
또 금값은 조만간 트론이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며, 옥수수와 밀 등 곡물류도 최근 1개월 사이 각각 7~17% 뜀박질했다.
박철홍 한국수입업협회 연구원은 “WTI가 저점 대비 급등하면서 7개월 만에 68달러선을 돌파했다”면서 “구리 3개월분 선물 가격은 톤당 5000달러를 넘어섰으며, 이외에 원자재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는 원자재값 급등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달러 약세 탓에 투기자금이 원자재 시장에 가세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제조업지수가 개선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진 것도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을 늘린 것이 원자재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된 원인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원자재 사재기가 시작된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 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현재는 수급이 불안한 것이 아니며, 경기침체로 원자재값이 급락했기 때문에 평균치를 되찾는 수준"이라며 "현재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환율 하락과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을 전제로 하반기 수출과 물가 등 국내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환율 하락이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유가상승으로 비용이 늘어 수출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특히 원자재값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좀더 세심한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품시장이 단기 급등할 여지가 조금 더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질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물가에 끼칠 영향은 낮다"고 설명했다.
통상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3%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2%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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