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캡틴 아메리카'는 2차 세계대전 중 비행기가 얼음 속에 떨어져 냉동 상태로 있다가 세월이 흐른 뒤 예전 모습 그대로 부활해 맹활약을 펼친다.
이마트가 장마철을 맞아 '귀해진' 상추를 첨단 기술로 보관해둔 저장고에서 꺼냈다. 가격도 맛도 저장고에 들어가던 한달 전 그 모습 그대로다.
이마트는 7월 장마로 채소값이 급등한 가운데 이마트가 장마 직전인 이달 초 매입해둔 상추 등 채소를 당시 가격으로 30일부터 본격 판매한다고 밝혔다.
냉장고에 며칠만 보관해도 숨이 죽고 짓무르는 상추를 무려 한달동안이나 싱싱한 상태로 보관했다. 오랫동안 싱싱한 상태를 유지시키는 비결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활용 중인 첨단 저장기법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 방식에 있다.
CA 저장은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처음 선보인 기술로 산소와 질소 농도를 조절해 과일과 채소의 저장기간을 늘려주는 저장기술로 이미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도입돼 상용화되고 있다.
이 CA 저장 기술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찾았다.
이마트 후레쉬센터 안에 들어서자마자 온 몸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밖은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였지만 내부 온도를 15도로 유지한 후레쉬센터는 점퍼를 입지 않으면 몸에 한기가 돌 정도였다.
총 6층짜리 건물 내부에는 거대한 냉동·냉장 저장고 56개가 들어서있으며, 이 중 19개가 CA 저장고였다.
3층에 위치한 CA 저장고는 그 규모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했다. 8미터 높이의 저장고 안은 섭씨 0~1도의 온도와 90% 이상의 습도를 항시 유지하고 있다.
CA 저장고에는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보통 대기중의 산소농도는 21% 내외지만, CA 저장고는 2%로 낮춰놨다. 이 같은 이유로 작업자는 CA 저장고의 문을 개방하고 10분 이상 대기한 후 내부 산소농도가 18%를 초과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안전을 위해 항상 2인1조로 작업해야 한다.
CA 저장고의 높은 천장 한켠에는 작은 구멍의 배기구가 있으며, 반대편 모서리에는 급기구 파이프가 있다. 산소농도를 낮추기 위해 급기구를 통해 질소가 주입된다. 출입문 바로 위에서는 대형 쿨러가 작동해 온도를 조절한다.
이홍덕 이마트 후레쉬센터 점장은 일반 저온저장방식으로 보관한 상추와 CA 저장고에서 꺼낸 상추를 두개의 접시에 나눠 담았다. 저온저장방식으로 저장한 상추는 수확한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숨이 죽어있었고, CA 저장고에서 꺼낸 상추는 한달 전 갓 수확했던 당시의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삭한 상추의 맛이 그대로 났다.
이 같은 CA 저장방식을 이용하면 사과 같은 경우 가을에 수확해 이듬해 5~9월까지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이 점장은 "현재 사과를 비롯해 배, 단감, 수박, 포도, 천도복숭아, 자두, 밤, 상추 등 10품목 이상을 상용화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시금치나 느타리버섯, 참외 등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30일부터 후레쉬센터 CA 저장고에 보관한 상추를 도매가(29일 기준)인 1473원(200g)보다도 싼 1280원에 내놓았다. 기존 소매가(1879원)원 보다 32%나 저렴한 가격이다.
실제 상추값은 장마철만 되면 급등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가락시장 기준 지난달 4일 상추 도매가격은 4kg에 7020원 이었는데 지난 29일은 2만9459원으로 무려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쌀 때 사뒀다가 장마로 가격이 올랐을 때 예전가격으로 내놓다보니 소매가가 도매가를 역전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변재민 이마트 채소담당 바이어는 "상추의 경우 하루만에 1박스(4kg) 가격이 1만원씩 오르는 등 장마철 채소값이 하루에 30%씩 치솟고 있다"며 "CA 저장을 통해 명절에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채소와 과일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CA저장 상추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30일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이마트 후레쉬센터 3층 CA저장고에서 직원들이 상추의 선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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