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애플워치 등장, 웨어러블 시장 판도 바꿨다
웨어러블 시장 8년간 제자리걸음…대표 제품 부재 탓
2015-07-29 11:12:41 2015-07-29 11:12:41
애플의 첫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사진/뉴시스
 
지난 1년 간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2006년부터 8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웨어러블 시장에 다양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이는 전반적인 기술표준화 경향과 더불어 시스템온칩(SoC) 발달에 의해 집적화, 소형화, 경량화가 됐으며 저전력소비로 과거보다 제조가 훨씬 용이해지면서 가능했다. 특히 올해 웨어러블 시장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애플의 스마트워치로, 향후 애플이 웨어러블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KT경제연구소 디지에코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마켓 트렌드'라는 보고서를 통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거의 7~8년동안 진화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며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오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웨어러블디바이스에 가장 먼저 불을 지핀 제품은 2006년에 나온 나이키 플러스(Nike+)다. 신발에 넣은 디바이스와 아이팟을 연동해 런닝 거리와 기록 등 운동시 활동량을 알려주는 제품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핏빗, 조본, 샤인 등이 제품을 내놨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 활동량 측정, 만보계, 심박수, 스톱워치, 타이머 등 건강관리 기능을 체크하는 정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지난 2014년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판매가 저조했던 원인 중 하나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을 이끌어갈 대표제품의 부재'를 꼽았다. 김석기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는 보고서에서 "스마트 밴드는 2007년 이후 2013년까지 기능이나 디자인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며 "스마트워치인 페블워치의 경우 주문 후 6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사용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지만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의 한계로 시장을 이끌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웨어러블 시장의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 애플이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워치 '애플워치'가 등장하면서다. 보고서는 "애플에서 판매를 시작한 애플워치가 등장하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김석기 대표는 "성능이나 기능, 디자인의 선호와 상관없이 애플워치는 사용자들의 머릿속에 스마트워치의 대표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러한 인식이 판매와 직결되어 작년 대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2015년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이미 초도 물량인 700만대의 애플워치를 모두 팔았다. 이는 지난해 스마트워치와 밴드 상위 10개사의 판매량을 모두 합한 물량인 481만대를 넘어 선 수치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애플워치의 판매량은 대략 1000만~2000만대로, 이는 지난해에 판매된 아이폰 2억대의 5~10% 수준이다. 김 대표는 "애플이 이 정도로 애플워치를 팔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애플 브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충성도’가 한몫을 했다"며 "애플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성능에 대한 기대감이 브랜드 충성도와 상호 상승작용을 낳아 타사 제품 대비 압도적인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워치 외에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도 시장의 변화를 일으킨 한 요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많은 스마트워치와 밴드 신제품이 출시됐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LG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어베인이나 모토로라의 모토360, 2만원대의 스마트밴드인 샤오미의 미밴드 등을 들 수 있다.
 
어베인은 롱텀에볼루션(LTE) 유심을 내장해 스마트폰 없이 독립적인 통화와 통신이 가능하며 안드로이드가 아닌 LG에서 자체개발한 운영체제(OS)가 탑재됐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토360는 블루투스를 통해 안드로이드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으며, 내년 상반기 안에 자체적으로 유심을 탑재한 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저가 웨어러블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밴드의 경우 중국 샤오미를 중심으로 저가 시장이 구성됐다. 2만원 대의 샤오미 미 밴드 외에도 수십가지의 중국 스마트 밴드 가격은 대략 20~30달러 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는 소니나 핏빗, 조본 같은 제품을 10만~20만원에 구입했어야 했지만 올해에는 저가형 중국제품에 의해 같은 기능의 제품을 10~20% 가격으로 구입 할 수 있게 됐다"며 "저렴한 가격대임에도 그다지 품질이 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다양하게 선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웨어러블 시장에는 스마트워치와 밴드 이외에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달라진 움직임이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바일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분야에서 애플이나 구글에 많이 뒤쳐진 인상을 줬지만 올해 4월 발표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인 홀로렌즈로 이러한 인식을 한방에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스마트워치 뒤를 이은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품군으로 HMD가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워치 만으로는 물리적으로 작은 디스플레이의 한계로 정보량이 작아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HMD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강력한 시장구조를 가지기 위해서는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워치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스마트워치 시장의 경우 애플과 구글로 양분됐으며 웨어러블기기 전문업체인 핏빗 등 시장 플레이어들은 저가형 중국제품과의 가격경쟁을 해야하는 처지에 몰렸다고 판단,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스마트워치나 밴드가 아닌 홀로렌즈나 플랙스캠처럼 차별화된 컨셉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디자인과 마감이다. 김 대표는 "플렉스캠처럼 뭔가 새로운 컨셉과 기능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디자인이나 마감 수준이 떨어진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특성상 몸에 부착하는 제품이기에 기능만 된다고 해서 소비자가 구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어하는 앱의 사용성과 사용자환경(UI)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세 가지 요소가 그나마 현재 한국이 중국과 비교해서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여기에 마지막으로 차별화 할 수 있는 부분은 브랜드로,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길게 보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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