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돌 역사적 의미 살리려면… 현대사 아픔 치유하는 ‘사면’돼야
“기업인 사면, 되레 분열 야기…생계형·노사분규 등 배려 필요”
2015-07-15 06:00:00 2015-07-15 06:00:00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밝힌 특별사면 언급에 대해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실상 현재 수감 중인 재벌총수들을 사면하겠다는 것으로, '광복 70주년'과 함께 국민대통합을 운운한 것은 '재벌사면'을 가리기 위한 연막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 사회 각층에서는 일단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특별사면 자체는 국민 대통합의 적기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이 많다. 다만, 광복과 한국전쟁, 군사정권, 민주화 항쟁 등으로 이어진 굴곡진 역사에서 이념 대립과 형식적 법적용의 틈바구니에 끼어 전과자라는 멍에를 짊어진 서민과 노동자들을 우선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이재화 사법위원장은 14일 "사면은 법률을 형식적인 잣대로 적용할 때 수반되는 불합리와 인권적 공백을 대통령이 통치권을 행사해 메우는 것"이라며 "용산참사나 쌍용자동차 노사분규 등에서 불가피하게 형사처벌을 받은 서민들과 노동자들을 사면해주는 것이 바로 국민 대통합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통일운동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복권도 필요한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들이나 국가보안사범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이미 군부 정권인 노태우 정권부터 있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에 예상되고 있는 재벌기업 총수들의 사면에 대해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위원장은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려다가 형사처벌된 사람들을 사면해주는 것이 어떻게 국민 대통합이냐"며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은 역대정부에서도 있어왔고 이런 악순환이 기업인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사면될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총장도 "재벌총수 범죄자들은 국민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경제민주화를 역행시킨 장본인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사면은 사회통합 보다는 경제정의를 다시 한 번 짓밟는 것이고 국제적인 신용 하락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사면에서 제외하는 것은 역차별이란 주장에 대해 이 위원장은 "재벌 범죄는 모두 특별법 위반으로 가중처벌을 받아야 할 만큼 죄질이 특히 무거운 범죄로, 시장경제질서를 크게 교란시켜왔다"며 "재벌들을 특사로 풀어준다면 생계형 범죄자들도 모두 풀어줘야 형평성에 맞다"고 설명했다.
 
안 총장도 "현재 수감된 재벌총수들은 특가법상 횡령·배임으로 기업을 휘청이게 하고 사회경제를 힘들게 한 범죄자들"이라며 "중대 경제사범들을 사면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나 경제정의 실현이라는 시대적 사명과 역사적 과제를 외면하는 것으로, 역차별과는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12년 12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을 방문해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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