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 24년만에 누명 벗어
대법원 국보법·자살방조 무죄 확정
2015-05-14 10:38:34 2015-05-14 10:49:33
1991년 발생한 '유서대필 사건' 누명을 쓰고 징역 3년을 만기복역한 강기훈(51)씨에게 24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국가보안법 및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실형이 선고됐던 강씨에 대한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에게 유서를 대신 쓰고 자살을 부추겼다며 기소해 불거졌다.
 
강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고 만기복역한 후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에 따라 2008년 재심을 청구했다.
 
원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합의10부(재판장 권기훈)는 지난해 2월 강씨의 자살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결정적인 증거인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은 유서의 필적과 피고인 강기훈의 필적이 동일하다고 감정했으나, 판단의 근거가 된 유서에 적힌 글자의 특징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특징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감정인이 '보'를 '오'로 잘못 판독하고, 유서의 'ㅆ'과 'ㅎ'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 점을 들어 "전문 필적감정인도 잘못 읽을 정도로 유서 필적에는 희소성이 있는데, 이는 피고인의 필적에서는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당시 국과수가 유서의 필적이 분신자살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것이 아니라고 감정한 데 대해 "필적감정의 일반 원칙을 위반한 것이어서 감정 결과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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