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괴물이 된 소녀, 괴물 배우가 돼가는 김고은
2015-04-21 14:18:36 2015-04-21 14:18:36
◇영화 '차이나타운'에 출연한 김고은. (사진제공=플룩스픽쳐스)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탓에 이 아이는 '일영'이란 이름을 얻게 된다. 이후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라고 불리는 여자를 만난다. '엄마'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 '엄마' 밑에서 자라난 일영은 점점 괴물이 돼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일영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남자 석현을 만나게 되고,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 일영에게 '엄마'는 묻는다. "증명해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명"이라고.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의 줄거리다. '차이나타운'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고리대금업과 장기밀매를 하는 '엄마'(김혜수)는 자신의 식구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강요한다. '엄마'에게 '쓸모'는 '돈이 되냐'의 문제고, 돈은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품이다. 그런 가운데 일영(김고은)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세상에서 본능적으로 생존해 나간다. 이 영화가 첫 연출작인 한준희 감독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가족에 대한 갈망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스물 넷의 여배우 김고은이다. 김고은은 지난 2012년 개봉된 영화 '은교'의 주연을 맡으면서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충무로의 신데렐라'란 타이틀을 얻은 그는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몬스터'에 이어 '차이나타운'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쌍꺼풀 없는 아이 같은 얼굴을 가진 김고은의 순수한 이미지는 피 비린내 나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차이나타운'에서 묘하게 빛을 발한다. 김고은의 연기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데뷔 4년차를 맞은 김고은의 성장세는 무섭다. 대선배 김혜수와의 호흡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차이나타운'에서 괴물이 된 소녀 일영처럼, 김고은은 괴물 배우가 돼가는 느낌을 준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 김혜수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눈빛과 아우라만으로 관객들을 제압하며 작품에 무게감을 싣는다.
 
충무로에선 '남자 영화'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화려한 액션, 전투신, 잔혹한 장면 등 다른 매체에선 담아내지 못하는 장면들이 포함된 영화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장르가 느와르다.
 
'차이나타운' 역시 느와르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것은 거친 남자들이 아니라 강단 있는 여자들이다. 충무로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느와르 영화다. 그래서 특별하다.
 
극장가가 오는 2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 때문에 떠들썩하다. '차이나타운'으로선 '어벤져스2'와의 부담스러운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9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 중인 '어벤져스2'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 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한 색다른 느와르를 보고 싶다면 '차이나타운'을 추천한다. '차이나타운'은 다음달 13일 개막하는 제 54회 칸 국제영화제의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됐다.
 
-한줄평: '어벤져스'에 맞설 충무로표 여성 느와르
-토마토 평점: 7.8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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