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넥슨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 온
엔씨소프트(036570)가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택진 엔씨 대표를 힘겹게 재선임했다. 넥슨의 영향력 행사는 눈에 띄지 않았으나, 일부 주주들이 김 대표의 경영 능력을 불신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김 대표는 대형 스크린에 자료를 띄워 설명하면서 주총은 이례적으로 1시간20분이나 소요됐다.
엔씨는 이날 오전 9시 경기 성남시 판교사옥에서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김택진 대표 사내이사를 3년 임기로 재선임 ▲이사 7인 보수한도 120억원 승인 등 3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넥슨 쪽을 대표해 주총장에서 발언한 김정욱 넥슨 전무는 "넷마블과의 지분교환을 통한 협업 결정 과정을 구체적인 자료로 공개하고 협업의 진행 과정, 성과에 대해 정기적으로 안내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을 찬성하고, 올 한해 큰 성과를 이룰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주주들은 "경영 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김 대표의 부인 윤송이 사장의 승진과 넷마블 기업가치를 고평가한 협업 결정은 김 대표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며 "NC다이노스 야구단 운영 또한 대표 개인의 취미"라며 날을 세웠다.
심지어 한 주주는 "김 대표와 이희상 부사장이 회사 성장을 확신하지 못한 것인지 보유 지분을 팔면서 자신 연봉은 올리고 있어 세월호 선장을 보는 것 같다"면서 "넥슨과 협업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김 대표의 실기로 의미 있는 모바일 게임도 출시하지 못했으며,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리니지 아이템으로 달성한 것 또한 창피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올해 성과로 보여드리겠다"면서도 주총장 대형 스크린에 설명 자료를 띄워가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넷마블은 올해 훨씬 더 빠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협업은 굉장히 좋은 투자였고 적정가격이었다"며 "윤 사장이 부임한 이후 북미 시장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므로 최근 사장 승진은 없어져야 할 문화인 가족경영과는 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넷마블과의 협업은 엔씨의 주주가치를 위해 판단한 것으로 양심을 걸고 경영권 방어와 무관하다"며 "모바일게임 트렌드가 기존 캐주얼에서 미드·하드코어로 넘어가고 있어 여기에 경쟁력이 있는 엔씨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총이 끝난 뒤 한경택 넥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고민하는 부분은 소액 주주들이 오늘 얘기해주셨다"며 "엔씨에 요청한 넷마블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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